D+369일 / 비
뽕 오드메흐-르 뇌브흑-에브뢰
계속되는 비로 인해 어려움은 이어지지만, 어지럽던 영국 여행의 피로가 조금씩 사라진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2,331Km
이동시간
5시간 54분
누적시간
1,686시간

 
D39도로
 
D39도로
 
 
 
 
 
 
 
40Km / 2시간 54분
 
36Km / 3시간 00분
 
뽕오드메
 
르뇌브흑
 
에브뢰
 
 
318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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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통화 
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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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기가 2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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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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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8028-5396

 

6시 반, 빗소리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든다. 두 번째 알람에 다시 깨었지만 잠을 떨칠 수가 없다.

어젯밤 배안에서 새우잠을 잔 탓인지, 우중 라이딩의 피로까지 겹쳐 피곤한 모양이다. 오늘 100km 정도를 가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자자."

10시, 잠을 떨칠 수가 없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피곤하다. 비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힘들게 몸을 일으킨다.

"오늘 멀리까지 가야 하는데 틀렸네."

짐들을 정리하고 파리로 향한다. 측면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오늘 같은 날은 뒤에서 밀어주면 좋을 텐데 아쉽다.

첫 번째 작은 마을에 도착, 비가 내리지 않으니 쉽게 땀이 차올라 겨울 져지를 벗어낸다.

"이제 하나씩 벗을 계절이구나. 좋다!"

시골 마을의 집과 골목은 여전히 마음을 끌어당긴다.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핀란드, 스웨덴의 집들처럼 프랑스 시골의 집들도 참 마음에 든다.

집을 지으라면 북유럽의 집들처럼, 가게를 꾸미라면 프랑스의 집들처럼 짓고 싶다.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겨우살이가 맞는데!"

솜뭉치처럼 자라는 나뭇가지가 정말 재미있는 모양이다.

작은 마을을 벗어나자 구글맵은 숲으로 향하는 오솔길로 길을 안내한다.

"오늘은 안 속아! 멀리 가야 한다고."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한적한 도로를 놔두고 자꾸만 좌회전과 유턴을 하라는 구글맵이다.

"싫다!"

다시 마주친 갈림길, 포장이 된 자전거 도로지만 잠시 고민을 하고 이번에도 도로를 따라간다. 자전거 도로가 계속 이어져 있을지 알 수가 없고,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다.

독일에서부터 보이던 굵은 갈대의 정원수는 한 그루 뽑아가서 마당 한켠에 심어놓고 싶다.

언덕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도로, 멀리 시작되는 작은 마을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예쁜 집들 사이로 아주 오래된 성처럼 높이 치솟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인가?"

예쁜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는 작은 골목, 수도원처럼 보이는 곳의 오래된 첨탑이 이색적이다.

"갈 길이 바쁜데, 마구 발길을 붙잡는구나."

 

종탑처럼 보이는 이색적인 건물은 그 용도가 궁금하다. 넓은 수도원을 산책하면 좋을 것 같지만 시간이 아쉽다.

"그림 같은 숲 속의 작은 마을이네."

오르락내리락, 마을과 평야를 지나쳐 간다.

잠시 쉬어가려던 찰나 당나귀와 작은 말이 우리 안에서 풀을 뜯고 있다.

"야, 프랑스 말!"

호기심이 많은지 당나귀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잠시 후 시크했던 말도 천천히 다가온다.

나의 발걸음을 쫒아오는 당나귀, 관심 없는 척 한참 후에 다가오는 시크한 말이다.

 

"야, 넌 성격 바꿔!"

말과 당나귀와 노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오늘 멀리 가기는 틀렸어."

다시 작은 타운을 지나치는 길에 그놈이 나를 유혹한다. 아무래도 나는 유혹에 약한 남자인가 보다.

"너 때문이 아냐! 그저 오래된 타운의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거야."

타운의 중심에 오래된 성당이 세워진 조용한 마을이다.

맥도널드에 들러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오늘은 에브뢰까지 가야겠네."

도로를 벗어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려간다. 뽕 오드메흐에 가까워지며 길은 숲 속 공원을 따라 이어지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러지 말자!"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공원길을 따라가고, 에브뢰 시내에 들어섰지만 높은 언덕 위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내려갈 방법이 없다.

"뭐야? 이 길은!"

산책로를 끝까지 돌아 마주한 출구, 에브뢰의 외곽을 한 바퀴 돌고야 말았다.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 시내로 들어가고, 에브뢰 대성당의 모습에 발길이 멈춘다.

입구로 들어가니 특별히 매표소 같은 것이 없다.

"그렇다면 잠시 구경!"

성당을 구경하는 사이 빗줄기는 여름 장대비처럼 내린다. 레인 팬츠를 꺼내 입고 야영지를 찾아 나선다.

늦어진 라이딩 속도에 미쳐 에브뢰 근처의 야영지를 검색하지 못한 상태, 시내를 벗어나기 전 KFC에 들러 햄버거를 포장하고 야영지를 검색한다.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숲이 보이지만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시간, 비를 맞으며 가기에는 왠지 싫다.

"일단, 고!"

에브뢰 외곽의 교차로, 기찻길 옆 교각 밑이 좋을 것 같다.

"시끄러워도 비보다는 낫다."

교각 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교각 밑으로 종종 기차가 지나가지만 비를 피할 수 있으니 그 보다 좋은 곳이 없다.

"얼마만의 마른땅이냐?"

텐트를 펼치고, 파리의 레오니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파리에서의 시간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정성이 가득하다.

"좋아, 내일 100km 달린다."

파리 레오니 집 근처에 숙소를 예약하고, 경로를 확인한다.

"기다려라. 파리!"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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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8일 / 비
영국 포츠머츠-프랑스 르아브르-옹플뢰르-뽕 오드메흐
다사다난했던 영국의 여행을 마치고 프랑스로 떠난다. 파리, 에펠탑, 포도주, 바게트와 크루아상 그리고 알베르토 카뮈와 장 폴 사르트르.


이동거리
242Km
누적거리
22,255Km
이동시간
7시간 29분
누적시간
1,681시간

 
페리
 
D108도로
 
 
 
 
 
 
 
170Km / 7시간 00분
 
72Km / 7시간 30분
 
포츠머츠
 
르아브르
 
뽕오드메
 
 
242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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넓고 안락한 좌석이지만 잠을 자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밤새 뒤척거리며 새우잠을 자고, 도착 1시간 반 전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킨다.

"아, 피곤해."

화장실에서 세안과 양치를 하고, 천천히 르아브르 항구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날씨가 흐린 탓에 선상 위의 일출은 볼 수 없다.

"왔다. 프랑스!"

입항 안내가 나오고 화물칸으로 내려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천천히 화물칸의 문이 열리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화물칸으로 내려와 하선을 기다린다.

"왜, 여기서 하선을 하지?

잠시 후 셔틀버스가 배안으로 들어와 기다리던 승객들을 태워서 떠난다. 공항에서나 운행되는 셔틀버스 시스템이 페리에서도 운행되니 편해 보인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하선을 하고, 게이트로 이동을 한다.

영국 포츠머스를 떠날 때 짐 검사만을 하고, 국경을 통과하는 특별한 절차가 없었는데, 르아브르 항구의 게이트에서 입국 확인을 한다.

여권을 잠시 확인하더니 이내 입국도장을 찍어준다.

"어제 블렉시트가 실행됐는데, 입출국 절차도 까다로워지겠네."

잠시 됭케르크을 지나쳤던 첫 번째 입국, 그리고 르아브르의 두 번째 프랑스 입국이다.

"프랑스를 달려 볼까!"

레오니가 추천했던 르아브르를 잠시 구경하기 위해 르아브르 해변으로 찾아간다.

깔끔한 자전거 도로, 무엇보다 우측통행을 하는 도로 환경이 너무나 편하고 좋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 차량들이 정차를 하여 양보를 해주는 운전자들의 매너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대체 영국만 왜 그런 거야?"

영국 방향의 회색빛 하늘과 달리 르아브르의 하늘은 남다르게 맑다.

"탈출을 한 기분은 뭘까?"

르아브르 시내의 오래된 성당은 공사 중이라 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하늘 위로 치솟은 첨탑이 궁금하여 성 요셉 교회로 이동을 한다.

"독특하긴 한데, 뭔가 답답하다."

르아브르 해변으로 이동한다. 이른 아침부터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꽤 넓은 르아브르 해변은 몽돌들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둥글둥글 매끄러운 돌들의 모양이 담아가고 싶을 만큼 예쁘다.

몽돌 해변에 앉아 잠시 바라를 바라보고 르아브르의 시내로 이동한다. 깔끔한 도로와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도로가 편하고 좋다.

"아, 살 것 같아!"

그동안 영국의 도로를 달리며 쌓인 스트레스가 상당한 모양이다.

맥도널드에 들린다. 자물쇠를 잠그는 동안 젊은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거리에 자전거를 놓을 때 도난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래, 안 그래도 거하게 경험하고 왔어."

우리처럼 과하다 싶을 만큼의 자동차 생활 문화를 갖은 영국에서 왜 자전거 도둑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

"감자튀김은 영국이 낫고, 햄버거는 프랑스가 훨씬 맛있군!"

파리로 향하는 경로를 결정한다. 오늘은 프랑스의 도로에 적응을 하며 천천히 이동을 하려고 한다.

세느강의 끝, 바다와 만나는 세느강을 건너 옹플뢰르라는 작은 마을에 독특한 모양의 교회가 있다. 파리와 반대 방향이지만 4km 정도의 거리라 들러볼 생각이다.

르아브르 시내의 건물들, 프랑스의 집들의 모양과 색이 예사롭지 않다.

좁은 골목에도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길을 찾고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누가 그랬지? 프랑스 운전자들이 거칠다고."

프랑스 운전자들이 거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르아브르의 도로에서 만나는 차량들은 너무나 매너가 좋다.

"프랑스의 집들, 왠지 끌린다."

뭔가 투박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프랑스의 집들이다.

세느강으로 가는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동안 높은 아치형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설마?"

설마는 늘 그렇다. 유료로 운영되는 다리인 것 같지만 자전거는 별도의 제재도 없고, 자전거 도로도 잘 안내되어 있다.

배가 드나드는 강의 하구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치의 경사도가 심하게 높은 다리다.

"이 정도면 거의 산을 넘는 수준인데."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다리를 오르다 측면에서 불어오는 강풍 때문에 인도로 들어가 다시 다리를 오른다.

"아쉬, 끌자!"

다리의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의 강도도 거세져서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술에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프랑스 사람들도 못 보고 살 것 같은 세느강의 끝을 보네."

다리를 건너자 자전거 도로는 도로와 분리된다. 한산한 시골길을 달려 옹플뢰르로 간다.

작은 어촌마을의 항구, 정감 있는 편안한 풍경에 마음이 녹아든다.

"좋다."

 

자전거를 끌고 교회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동안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유명한 곳인가? 왜 이런 시골까지 구경을 왔지?"

배들이 정박된 내항의 주변을 보니 관광객들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이어진 오래된 집들의 모습이 꽤나 매력적이다.

벽돌길의 주변으로 레스토랑들이 이어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가롭다. 편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주 좋았는데. 관광지였어!"

아기자기한 골목들에는 선물가게들과 레스토랑들이 이어진다. 도심 속의 유명 관광지보다는 조용한 편이고,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도 자연스러워 친숙하게 느껴진다.

"목조 건물인가?"

배를 만들던 기술로 지붕을 만들었다는 오래된 성당의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특별함은 없어 보인다.

성당의 모습보다 주변의 골목들과 레스토랑 그리고 아트상품을 파는 갤러리의 풍경이 아담하고 마음에 든다.

성당의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성당 주변의 노점에서 통닭구이를 발견한다.

"오.. 오!!!!"

가격을 물어보니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이다. 젊은 남자에게 다시 가격을 물으니 불어로 뭔가를 말하고 종이 봉지에 통닭을 담고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

"아니, 얼마냐고?"

불어로 계속 떠드는 남자에게 핸드폰의 계산기를 보여주니 16을 찍는다.

"16유로!!! 너무 비싸."

크기를 감안하여 10유로 정도만 돼도 사 먹으려고 했는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

작고 예쁜 골목들을 구경하고, 레스토랑이 들어선 내항의 거리로 내려간다.

레스토랑들 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메뉴당 16~20유로 정도의 가격도 문제지만 여러 가지 메뉴를 선택하고, 절차가 복잡한 프랑스 레스토랑의 난감함이 더 문제다.

"괜히 통닭을 봤어. 배고프잖아!"

마을의 다른 편을 구경하는 사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날씨만은 프랑스도 다를 게 없군."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을 검색하니 최저가 호텔이 80유로다.

"그냥 가자!"

왔던 길을 따라 파리로 향한다. 세느강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도로를 달리는 동안 비줄기가 거세진다.

"저걸 넘어왔다는 말이지."

패니어에 들어있는 도넛으로 허기를 달랜 후, 레인 팬츠를 꺼내 입고 윈체스터에서 산 고무장갑도 개시를 한다.

차량의 통행이 없던 강변도로의 상태는 울퉁불퉁 말이 아니지만 질퍽한 흙길로 바뀌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세느강변을 벗어난 도로는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들을 지나쳐가고.

"이 나무는 뭐야? 솜뭉치를 달아놓은 것 같네."

참나무 같은 것에 기생하며 자라는 겨우살이 같은데 잘 모르겠다. 약재로 쓰는 겨우살이를 채집하기 위해 험난한 오지 산골로 들어가는 약초꾼들을 텔레비전으로 가끔씩 봤는데, 저것이 겨우살이라면 프랑스에 지천으로 깔려있으니 굳이 오지 산골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시골마을들을 지나 길은 도로로 이어진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도로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운전 매너가 궁금해진다.

더욱 굵어지는 빗줄기, 오늘도 모든 것이 젖어 들어 축축하다. 프랑스 사람들의 운전은 소문과 달리 매너가 좋다. 속도를 줄이거나 멀리 돌아 지나쳐 가는 차량들 덕에 도로 라이딩의 어려움이 전혀 없다. 핀란드 운전자들의 점수가 100점이라면 90점 이상은 될 것 같다.

한국과 영국의 운전자들은 한 30점 정도, 인도나 동남아시아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니 지금까지는 최악의 운전 문화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한 뽕-오드메흐를 4km 정도 남기고 구글맵은 도로를 벗어나라고 안내한다. 마침 오르막이 시작되는 도로라 오솔길의 초입이 약간 불안하지만 구글맵의 안내를 따라간다.

"널 믿은 내가 바보지!"

오솔길의 초입을 벗어나면 작은 천변을 따라 도로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길은 질척거리며 미끄러지는 흙길이 계속된다.

"이대로 3km면 여기가 지옥이다."

진흙길에 미끄덩 넘어지고 난 후 자전거를 끌고 가보지만 미끄러지기는 신발도 마찬가지다. 진흙으로 더러워지는 신발과 유니크 아이템 고무장갑, 그리고 난장판이 돼가는 자전거와 패니어들.

불행 중 다행으로 길은 2km 정도를 지나고 딱딱한 흙길로 바뀌지만 큰 의미는 없다. 이미 엉망진창이다.

뽕-오드메흐의 시내는 아주 작다. 작은 영화관을 지나 시내의 중심 광장에 도착한다.

작은 분수들이 바닥에 설치된 광장의 주변으로 프랑스의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고, 레스토랑의 노천카페에는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비 오는 날 자전거 타고 여행하는 사람 처음 봐요?"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든다. 분수로 걸어가서 고무장갑과 신발에 묻은 흙들을 씻어낸다.

"따듯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네."

한기가 밀려들기 시작하지만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배고프다. 슈퍼마켓이 어디에 있나?"

슈퍼마켓을 검색하다 슈퍼마켓 근처의 맥도널드를 발견한다. 맥도널드에 가서 허기를 채우고, 슈퍼마켓에서 비상식을 산 뒤 야영지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여기 어디에 성당이 있던데."

자전거를 끌고 성당이 있는 곳으로 간다. 작은 수로가 흐르는 뽕-오드메흐의 거리는 아담하고 예쁘다.

"프랑스 시골 도시들은 다 관광지야?"

오래된 성당의 모습보다 도로변 집들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온다. 삐뚤삐뚤 세워진 암스테르담의 집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투박해 보이는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들의 색과 모양이 독특하고 예쁘다.

프랑스의 집들은 자줏빛 붉은 와인처럼 도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형형색색의 작은 들꽃처럼 투박한 멋이 있다.

"마을들이 정말 예쁘다."

시 외곽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허기를 채우고, 대형 슈퍼마켓으로 간다.

슈퍼마켓에 들어서자 첫눈에 들어오는 전기구이 통닭, 괜히 햄버거를 먹었나 싶다.

햄버거와 물, 콜라, 고무 밧줄 등을 사서 나온다.

하루 종일 괴롭히던 빗줄기가 멈추고 붉은 석양빛이 물들어 간다.

"정말 얄궂은 날씨네."

어둠이 내리고, 작은 강변의 오솔길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올빼미와 철새 같은 새소리만이 들려오는 조용한 밤이다.

젖은 옷들을 벗고 축축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침낭이 몸을 데워주는 것인지 아니면 몸이 침낭을 건조시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파리에 살고 있는 레오니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레오니가 살고 있는 15구역에 저렴한 숙소가 있어 그곳에 머물면 좋을 것 같다.

레오니는 서툴지만 존댓말의 한국어를 배웠나 보다. 파리에서 샤르트르의 묘역을 안내해주겠다는 레오니를 만나 도움을 받을 것이다.

"파리의 레스토랑에 꼭 가봐야지."

프랑스, 프랑스에 왔다. 무려 10년이나 늦어버렸지만, 그때의 꿈들도 사라져 버렸지만 상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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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6일 / 비
윈체스터-포츠머스
여행을 떠난 지 1년, 떠나는 마지막 날의 기억이 아련하게 기억된다. 영국 여행의 마지막 도시 포츠머스로 향한다.


이동거리
53Km
누적거리
21,995Km
이동시간
5시간 39분
누적시간
1,668시간

 
영국놈
 
중식뷔페
 
 
 
 
 
 
 
35Km / 3시간 00분
 
18Km / 2시간 39분
 
윈체스터
 
페어햄
 
포츠머스
 
 
539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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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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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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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멘텀 :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

그저 의미 없는 온라인 서핑에서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20대 중반 여자아이의 홈페이지로 흘러들어 갔다. 검색했던 키워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멍한 손길로 링크와 링크를 타고 이어지던 무미한 일상의 킬링타임이었다.

여자아이의 바람들과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보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하루, 또 하루를 보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고대하다 : 몹시 기다리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넘어의 무엇이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에 대한 싱거움 또는 소멸돼버릴 상상의 부재가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함은 때론 상상의 즐거움이었다.

언젠가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람하였다.


여행 : 떠나다.

이제부터 나는 내 삶을 향해 홀로 걸어가야 한다.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와야 할 이유 같은 것이 있을까. 두렵고 슬프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해야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난다, 두렵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2019.01.30

 

안개비가 조용하게 내려앉는 아침이다. 일 년 전 오늘의 마음이 아리게 느껴진다.

 

여행 중 : 내 안을 들여다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것들, 사람과 사물, 공간, 시간, 감정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간, 나는 나를 바라본다.

 

리즈훼이의 반려견 콜라는 땅콩을 받아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 개가 땅콩을 먹다니 신기한 일이다.

"리, 콜라는 채식주의 강아지야?"

호박씨와 배춧잎을 간식으로 먹는다는 콜라, 나에게도 콜라가 있다.

출발을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점잖은 할아버지께서 다가와 이곳에 캠핑을 하면 안 된다고 설명을 한다.

공원 외곽의 강변에 캠핑을 해도 괜찮다고 알려주시고 자리를 옮기라고 말하신다.

짐들을 정리하고 윈체스터의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조금씩 굵어지는 이슬비를 피하고 아침도 해결할 겸 맥도널드로 간다.

배터리들을 충전하며 어린아이들의 간식 같은 모닝세트로 출출함을 달래고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정리한다.

"비 맞기 싫은데."

레인팬츠를 갈아입고, 슈퍼에 들러 비상식으로 먹을 빵들을 챙긴다.

"어라, 이거 좋은데!"

두툼한 고무 재질의 장갑이 사이즈도 넉넉하고 좋다. 뻣뻣한 작업용 장갑에 비해 부드럽고 탄력성도 좋아 비 오는 날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유니크템 장착!"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엄청나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목발을 짚고 있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느리게, 느리게 계산을 하고 잔돈과 물건을 챙긴다.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돕던 직원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Great thanks."

비에 젖은 긴 백발과 양편의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측은하게 느껴진다. 가까스로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한 직원이 빙긋이 웃는다. 친절한 사람이다.

빵과 장갑을 사들고 나오니 하염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이슬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뭐냐? 눈치챘냐!"

내부 구경을 포기한 대성당을 돌아 야영을 했던 공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젯밤부터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찾지를 못하겠다. 잠시 길을 헤매다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지도를 확인하며 도로를 따라간다.

포장이 잘 된 깔끔한 공원길을 따라가고, 포츠머스로 이어지는 메인도로를 마주한다.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던 도로도 포츠머스가 가까워지며 조금씩 내려가는 길들이 많아진다.

힘들었던 몸도 조금씩 풀려가며 페달링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쉬는 동안 계속해서 자전거의 피팅을 맞춰간다.

 

포츠머스의 외곽에 들어서자 도시는 짙은 안개비로 감싸여 있다.

"정말 영국의 안개는 대단하다."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치킨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식품코너가 없다. 다른 슈퍼에도 들러 보지만 마찬가지다.

"햄버거는 먹기 싫다."

포츠머스 시내의 뷔페식당을 검색하니 저렴한 중식뷔페가 있다. 7.99파운드.

"오, 대박. 일단 고!"

시내로 접어들자 자전거 도로가 그런대로 갖춰져 있어 편하기는 하다. 방파제 주변으로 이어지는 공원을 가로질러 포츠머스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까 얼마나 좋냐!"

식당이 있는 중심지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여행객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식당을 찾는 동안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뒤를 따라오며 장난을 친다. 아이들에게 욕은 할 수 없고 그냥 웃고 만다.

"애들이 누굴 보고 배웠겠어. 딱하다 영국!"

식당에 도착하여 외관과 내부를 살펴보니 싸구려 음식점은 아닌 것 같다.

"저렴하고 착한 가게네."

가게에 들어서자 치파오를 입은 여자와 주방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자전거를 보고는 관심을 접는 눈치다.

나 또한 영어를 해야 할지 중국어를 해야할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뷔페 7.99파운드 맞지?"

7.99파운드가 맞는지 확실하게 물어보고 접시를 집어 든다. 볶음밥과 고기볶음, 계란탕까지 곁들여 푸짐하고 든든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배터리들도 충전을 하며 야영지를 검색하고, 천천히 두 접시를 비운다.

"내일 또 와야지."

계산을 하며 '하오츠'라고 인사를 하니 잠시 주춤하던 여자는 중국식 영어 발음으로 7.99라고 심드렁하게 답변을 한다.

"웃어라. 영국에서 쓸데없는 것을 배웠다니?"

어두워진 시내를 자전거를 끌고 바닷가 공원으로 이동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백사장보다는 수풀이 있는 해안 언덕이 좋을 것 같다.

조용한 마을을 지나 컴컴한 공원을 방향감만으로 가로질러 해안가에 도착한다. 바람을 피해 수풀이 자란 아늑한 공간에 텐트를 펼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런대로 괜찮은 일 년이었어!"

쉥겐기간을 아끼기 위해 내일 저녁 11시 배를 타고 프랑스의 르아브르로 떠날 생각이다. 천천히 포츠머스를 둘러볼 시간의 여유가 있고, 마음에 들면 하루 정도 더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영국 도로는 최악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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