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21일 / 구름 ・ 10도

지수이현-지안시-지안현-융신현

정말 오랜만에 비가 내리지 않는 아침이다. 새벽에 잠들어 조금 피곤한 상태이지만 하늘을 보니 달리고 싶은 마음이 급하다. 오늘은 제법 먼 거리를 달려야 한다. 지안시를 거쳐 용신현까지 120Km 정도를 라이딩 할 것이다. "비 내리기 전에 빨리 가자!"

이동거리

118Km

누적거리

4,079Km

이동시간

7시간 19분

누적시간

272시간


G105국도
지안현
24Km / 1시간 26분
94Km / 5시간 53분
지수이현
지안시
융신현
 
 
1,330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새벽에 잠이 들어 8시의 알람에 항복하듯 깨어난다. 콧물을 훌쩍이는 피곤함이 개운하지 않다. 어제 저녁부터 잠잠했던 하늘은 오랜만에 비가 내리지 않는 아침을 보여준다.


날씨를 확인한 후 서둘러 떠나고 싶은 조바심이 생겨난다.


"비가 내리기 전에 떠나야 해!"


간단하게 슈퍼에서 사놓았던 빵 3개로 아침을 대신하고 패니어들을 정리한 후 자전거에 장착하니 뒤쪽 바퀴가 이상하다. 자세히 보니 펑크가 났는지 주저앉아 있다.


"아, 젠장! 이 변덕스러운 날씨에 한시가 급한데."

 

 

 

패니어를 다시 떼어내고 펑크수리를 한다. 유리조각부터 작고 뾰족한 잔돌들까지 타이어 전체에 오목조목 알차게도 박혀있다.


 

펑크패치를 붙이기 위해 꺼내 든 튜브식 본드, 인천 공항에서 빼앗긴 오공 본드 외 튜브식 본드가 2개 중 하나는 모두 사용하고 이제 하나만이 남아있다.


"작은 것 하나로는 부족한데, 빨리 본드를 사야겠네."


 

펑크 정비를 마치고 한숨 쉬고 나니 10시가 다 되어간다. 패니어들을 자전거에 장착하고 방을 나선다.


"아, 여기 2층이었지."


엘리베이터가 없는 경사가 조금 심한 내부 계단을 끌고 내려가야 한다. 아찔하다.


다행히 친절한 주인아저씨가 계단을 내려가는 자전거의 뒷부분을 잡아주어 간신히 내려온다.


 

오늘 가야 할 목적지는 용신현으로 120Km 정도의 거리다. 가까운 지안시를 벗어나면 용신현까지는 큰 도시나 현, 진의 규모가 되는 마을이 없다.


아직 비는 내리지 않지만 하늘은 뿌연 회색빛의 구름이 하늘을 덮고 있어 언제 다시 비가 쏟아질지 알 수가 없다.


최대한 빨리 용신현 가까이 가고 싶다.


 

 

 

포양호(鄱阳湖)에서 시작되는 장강(赣江)을 넘는 긴 지안대교를 지안시로 진입한다. 아침이라 그런지 지안대교를 넘는 오토바이 행렬이 계속된다.


 

 

 

복잡한 지안시의 중심을 벗어나 은행들의 고층 빌딩이 연이어지는 한적하고 넓은 자전거 도로를 독차지하며 신나게 달린다.


 

"어머 선녀님, 날아가실 것 같아요."


 

지안시에서 지안현까지 쾌적하고 넓은 도로에는 가끔씩 딸기를 파는 노점상이 있을 뿐 너무나 한가롭다.


 

지안현을 지나치며 보게 된 한글로 안내된 공공 화장실 안내판. 중국에는 가끔씩 조금은 생뚱맞은 곳에 한글 안내판들이 있다.


 

펑크로 인해 늦어진 출발과 120Km를 가야 하는 거리가 부담스러워 쉼 없이 부지런히 페달을 밟는다. 핸들바 패니어에 넣어둔 초코바와 소시지를 꺼내어 부족한 열량을 보충하며 페달링을 이어간다. 지안시내를 지나오며 잠시 속도가 늦춰졌지만 빠르게 40km를 삭제한다.


"무슨 자전거 대회에 나온 것도 아닌데, 하지만 비가 올까 봐 무섭다."


 

오늘도 여지없는 직선성애자 녀석들이 나타나고.


 

중국을 여행하며 이런 사각형의 모양에 하나같이 모서리 부분에 계단이 놓인 물을 담아 놓은 곳을 여러 번 보았다. 수영장은 분명 아니고 공공 빨래터라고 하기엔 자리가 빨래를 할 수 있는 공간이 없다. 물의 깊이가 깊어 보이지 않고 넓이가 그리 넓지도 않고 산소 발생기 같은 장치도 없는 것으로 보아 민물 양식장도 아닌 것 같다.


무엇일까 궁금해하면서도 그냥 지나쳐 버리곤 했는데 이 과수원을 지나면서 저것은 농업용수로 쓰기 위해 비를 받아 저장하는 곳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벽돌이나 시멘트로 각을 잡은 곳도 있고, 논밭 주변에 비슷한 용도로 보이는 곳이나 자연적인 둠벙이나 습지처럼 물이 고여있는 곳이 굉장히 많이 있다.


생각해 보니 중국에서 농업용 수로 같은 것을 본 적이 없다. 일반 가정에서 사용하는 상하수도의 시설도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중국에서 농업용 관계 시설이 보편화 되었을리 없으니 비를 담아놓고 생활용수나 농업용수로 사용하기 위해 마을 내에 또는 농지들 곳곳에 저런 시설들을 만들었으리라 생각이 된다.


 

우리는 이미 80년 후반 댐이나 저수지는 물론이고 농업용 수로이나 관정을 뚫어 농업용수로 사용하고 있기에 지금은 특별한 곳이 아니면 이러한 모습을 볼 수가 없다.


중국 도로에서 많이 팔고 있는 딸기를 보더라도 모양이나 당도가 많이 떨어진다. 그리고 딸기를 재배하는 하우스를 얼핏 보면 그 재배환경이나 형태가 그리 현대적이지 않고, 농촌의 농지 형태들을 보면 중국의 농업이 아직은 많이 낙후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G2, G2 하면서 효율적이지 못하고 인구 수로만 밀어 부치는 거야? 미국보다 10억이나 인구가 많은데 어느 천년에 미국을 넘어서려고."


 

 

중국 아이들의 복장이 중국스럽고 귀엽다. 문제는 저 복장에 앞치마만 두르면 어른들의 복장이 된다는 것이다. 형제처럼 보이는 아이들이 손바닥만 한 물고임에 첨벙거리며 재미있어 한다.


 

 

쉼 없이 내달리던 라이딩에 들녘의 노란 꽃들이 은은한 향기로 코끝을 자극하고 지친 마음을 쓰담쓰담 거린다.


 

위로의 손짓들을 지나치지 못하고 그 자리에 앉아 잠시 쉬어간다.


 


유채꽃처럼 보이지만 가까이 가서 보면 노란 배추꽃이다.


 

가로수 옆에 가끔씩 보이는 이름 모를 처음 보는 꽃.



 

아침에 정비했던 뒷바퀴가 괜찮은지 눌러보니 약간 바람이 빠진 것 같아 타이어에 공기를 보충한다.


"오늘 타이어 때문에 고생 좀 하겠네."


비상식으로 넣어두었던 초코파이 중국 버전도 먹어보고, 맛은 똑같은데 크기가 많이 작다.


"변함없는 사랑, 정이라며 정!"


 


무난하고 편안했던 S319 도로를 벗어나 용양전에서 진입한 S314 도로는 산길로 이어진다. 지금까지 지나온 도시들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마을 풍경들이다.


일직선을 뻗은 도로가 울퉁불퉁하게 보인다. 10Km에 이르는 직선 도로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존재하며 멀리서 다가오는 차량들이 사라졌다 나타났다는 반복하며 나를 지나친다.


전국 일주를 하며 낙동강 자전거 도로를 일직선을 쭉 뽑아놓은 공무원들의 창의적인 게으름을 칭찬했었는데, 그들의 게으름은 애교에 불과한 것이다.


"이럴 땐 땅만 보고 가야 해."


도로에 시선을 두고 언더바를 잡고 소처럼 페달질을 해대니 새로 닦은 길의 검은 아스팔트가 울렁거리는 것처럼 보인다.


 

언제나 마무리는 오르막이다. 조그마한 슈퍼에서 3위안짜리 펩시 한 병을 사 먹고 지도와 남은 거리를 확인한다.


2시 30분, 용신현까지 45km가 남아있다. 출발하려는 순간 작은 턱을 넘는 뒷바퀴의 물컹한 느낌에 확인을 해보니 말랑할 정도로 바람이 빠져있다.


"어어어, 겨우 한 시간 전에 넣었는데 이게 뭐야."


어쩌면 도착지까지 1시간마다 펌프를 꺼내 바람을 넣는 막노동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힘들게 바람을 넣고 잠시 내리막을 내려오는 도중 도로에 정차되어 있는 흰색 승용차가 보인다. 조심스레 승용차를 피해서 지나치려는 순간 차 안에서 한국말로 나를 부르는 듯한 소리가 들린다.


"벌써 환청이 들리나?"


자전거를 세우고 뒤돌아 보니 운전석에 있는 남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온다.


"한국인이세요?"


"네."


"여기서 뭐해?"


자전거로 여행 중이라 말하니 어디를 가느냐고 서툰 한국말을 한다. 처음부터 한국말의 뉘앙스가 이상하여 한국어를 하는 중국인이라 짐작한다.


지도 어플을 찾아 목적지를 알려주려 하자 차에서 내려 내게로 다가온다.


우선 악수를 청하고 반갑다는 인사를 나눈 후 짧은 대화들이 오간다. 제주대학에서 어학당을 다닌다는 중국 학생 석성한군. 방학 기간인지 잠시 집에 왔다며 23일에 다시 들어간다고 한다.


명함을 주고, 여행에 대해 설명을 하고, 반가움의 인사와 서로의 핸드폰에 사진을 담고 하는 사이 차량에 있던 그의 어머니가 무어라 말을 하자 차의 트렁크를 열고 무언가를 뒤적이며 찾는다.


그리고 마라 소스라며 캔맥주 깡통만 한 크기의 용기를 건네준다.


"어떻게 먹어? 밥에 비벼..?"


뜻밖의 선물이고 처음 보는 소스라 어떻게 먹는 것인지를 묻자 매콤하다며 라면 같은 곳에 넣어 먹으면 좋다고 한다.


"고마워, 잘 먹을게!"


전화번호를 물었으나 전화번호가 없어 카카오톡 친구 등록을 하려다 둘 다 실패한다.


"그럼 이것으로 해. 위챗! 중국에서는 이거 쓰잖아."


위챗을 연결하고 성한군은 마지막으로 '화이팅'을 외치며 활짝 웃으며 떠난다. 이 넓은 중국 땅의 외진 시골길에서 뜻밖에 사람을 만난다.


"성한군, 쌩유!"


 


성한군과 작별하고 자전거를 출발하려 하는데 뒷바퀴가 푸석거리는 것이 이상하다. 아래를 보니 이번엔 뒤바퀴가 아예 주저앉아 있다.


"OMG!"


 

드디어 올 것이 왔구나 싶은 생각에 어떻게 뒷바퀴를 뺄까 고민하다 패니어들을 다 떼어내는 것은 너무나 귀찮고 귀찮은 일이라 그냥 눕혀버린다.


"어라. 큐알레버가 저쪽에 있네."


 

다시 자전거를 세워 낑낑대며 큐알레버를 겨우 돌려 풀어 놓고 자전거를 다시 눕힌다.


 

패니어들이 있어 지면에서 떠있는 바퀴를 빼고 타이어를 확인해 보니 작은 철심이 야무지게 박혀있다.


 

철심을 제거하고 타이어 안쪽을 한 바퀴 둘러 확인한 후 펑크 난 곳을 찾아 패치를 붙일 시간이 없어 그냥 새 튜브로 교체해 버린다. 또다시 하염없는 펌프질.


"오늘만 4번째다.".


 

성한군과 만나고 펑크를 수리하느라 40여 분의 시간이 지나버린다. 3시 20분, 남은 거리는 여전히 43km. 부지런히 달리면 6시까지는 용신현에 갈 수 있겠다 싶다.


 

"슈퍼 울트라 캡쏭 모드로 달리자!"


 

장강의 작은 줄기 허수이강을 따라 번개같은 속도 시속 20km로 한 시간을 달려 이제 남은 거리 23Km. 차량 통행이 확연히 줄어든 허수이 강변을 달리자니 마치 호젓한 남한강변을 라이딩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중국 산들은 참 이색적이고 멋지네."


강변의 대나무와 그 위로 소나무가 어우러져 기괴한 모양의 산봉우리까지 이어진다.


 

자연 그대로의 강변과 들녘들, 그리고 노란 배추꽃의 사이사이 삶의 터전들이 자리한 허수이 강변 마을의 풍경은 실로 목가적이고 아름답다.


 

 

저녁 5시. 차량의 통행량에 비해 쓸데없이 넓고 좋은 도로를 달려 용신현의 초입에 들어선다.


 

도심을 겨우 4Km 정도 남긴 도로에서 만난 중국의 소.


"대체 중국이라는 나라는 어디가 끝일까?"


 

중국의 모든 큰 도시들이 그렇듯 높이 올라가는 건물의 공사현장이 보이면 도심이 멀지 않았다는 의미다.


 

 

용신현은 다른 큰 도시들에 비해 조용하고 차분하게 느껴진다. 첫 번째 자전거 가게는 문이 닫혀있고, 사람들은 빨간 초들을 주변 곳곳에 놓아두며 지방 같은 것을 태운다.


 

 

"펑크 본드 메이요?"


한 블록 정도 다음에 있는 두 번째 자전거 가게에 자전거를 세우고 타이어를 가리키며 질문을 하자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한꿔렌?"


"쓰. 워 쓰 한궈렌."


자전거와 패니어를 유심히 살피고 태극기를 보더니 '한국인'이라는 대답에 가게 주변이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돼버린다.


 

 

하나, 둘씩 모여들던 사람들이 갑자기 어디에서 나왔는지 질문들을 해댄다. 나중에는 동네 꼬마들까지 모여와서 '영어를 할 줄 아느냐'부터 시작해서 끊임없이 질문을 한다.


"뭐야. 이 동네 설마 한국사람 처음 봐?"


 

흔쾌하게 답변과 농담을 던지며 장난을 치다 핸드폰으로 숙소를 잡고 있으니 안경을 쓴 여자아이가 묻는다.


"도와줄 것 있어?"


"I'm looking for a place to sleep tonight."


영어가 통할 리가 없다.


"주띠엔?"


다시 아이들에게 수줍은 중국어와 함께 잠자는 제스처를 보여준다.


"주띠엔? 삥구완! 삥구완!"


아이들이 일제히 빈관을 외칠 때 한 젊은 남자가 무리에서 튀어나와 큰 소리로 무언가를 말한다.


"내가 빈관을 한다. 우리 빈관으로 가자!"


스마트폰의 번역기를 건네주니 남자는 빈관을 운영한다며 자전거 가게 바로 옆에 있는 빈관을 가리킨다.


"이거 마치 예수가 된 기분일세."


빈관으로 가는 도중에도 아이들이 계속 따라붙고 빈관까지 함께 들어와 이름을 물어본다.


"My name is Xavi. 워더 한꿔 밍즈 비엔 치에 씨에!"


"비엔 치에 씨에?"


깔깔거리며 웃는 아이들 때문에 빈관의 1층은 아수라장이 된다.


 

빈관에 들어가 가격을 물으니 98위안을 달라고 한다. 보통 100위안에서 150위안 정도의 숙소를 이용해온 터라 저렴하게 느껴진다.


젊은 남자는 자전거를 일층 안쪽에 넣어두고 2층의 방까지 패니어를 함께 옮겨준다.


빈관의 방에는 대리석이 깔린 바닥에 넓은 방 가운데 하우촌에서 보았던 전자식 마작 테이블이 놓여있다.


"중국, 중국은 정말 너무 난해해!"


 

샤워를 마치고 저녁을 먹기 위해 나오니 빈관의 여사장이 가게 앞 인도에 촘촘하게 촛불들을 켜놓고 있다. 동네 곳곳에 켜진 촛불들.


 

 

 

 

 

 

 

그리고 여전히 대포소리를 내며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폭죽소리. 도시 전체가 자욱하게 폭죽 연기로 감싸인다.


"대체 너희들 언제까지 터트릴 거야?"



자전거 가게 앞에 여전히 모여있는 마을 사람들을 보고 다시 주변으로 몰려들까 하는 걱정이 든다.


"워 헌 어. 취판?"


젊은 사장만 살짝 불러서 조용하게 물어보니 길 건너편 음식점을 알려준다.


 

뭔가 모던해 보이는 음식점, 면을 전문적으로 하는지 몇몇 사람들이 면과 라면 같은 것을 먹고 있다. 볶음밥과 소고기파볶음 같은 것을 주문하고 기다린다.


 

 

"세상에 히터를 튼 중국 음식점이 다 있네!"


 

조금 기다리니 음식이 나온다. 깔끔하고 정갈하게 차려 나온 볶음밥과 고기메뉴.


 

 

 

그리고 고수 향이 나는 국물.


 

중국 특유의 강한 맛이 없고 우리 입맛에 딱 맞을 만큼 좋다. 볶음밥은 우리의 중국집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그런 맛이고, 소고기와 파를 볶은 메뉴는 파기름의 향과 달고 매콤한 맛이 느끼하지 않고 좋다.


그리고 고수향이 나는 육수 국물은 따듯하게 몸을 녹여줄 만큼 최고다.


"해장 딱!"


어느 나라에 가게를 오픈하더라도 누구나 부담 없이 중국의 맛을 느낄 수 있게 해줄 만큼의 좋은 음식이다. 40위안.


 

오늘도 좋은 하루다. 마음의 위로가 되는 좋은 풍경을 보았고,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음식을 먹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오지 않았어!"


조금은 피곤한 날들의 연속이지만 그 피로감마저 좋고 내일이 기다려진다.


왼쪽 콧물이 오른쪽으로 이동했나 보다. 제발 열만 오르지 않으면 좋겠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일 / 연이틀 장대비 ・ 5도

장수시-신간현-지수이현

비로인해 이틀동안 장수시에 멈춰섰다. 약간의 감기증상으로 컨디션이 좋지못하여 일찍 잠이든 어제, 자정경 잠시 잠이 깨었다 이내 잠들어 6시에 일찍 눈이 떠진다. 여전히 장대비가 내리는 날씨, 하지만 오늘은 출발해야 한다. "할 수 있다면 비구름의 끝까지 달려 벗어나고 싶다."

이동거리

108Km

누적거리

1,212Km

이동시간

7시간 15분

누적시간

97시간 04분


G105국도
G105국도
44Km / 2시간 54분
64Km / 4시간 21분
장수시
신간현
지수이현
 
 
1,212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어제 일찍 잠든 덕에 6시 첫 번째 알람이 울리 전에 일어난다. 12시간 넘게 푹 자고 일어나서 인지 컨디션은 조금 나아졌지만 약간이 훌쩍거림이 있다.


창문 밖으로 여전히 장대비가 쏟아지고 있다.


"별 기대 안 했어. 오늘은 완전무장하고 떠날 거야!"


어제 타이레놀을 하나를 먹었는데 종합 감기약은 다른가 싶어 타이레놀 콜드를 패니어에서 꺼내어 한 알 먹는다.


꺼져있는 노트북을 확인하니 어제 오후 비몽사몽간 써놓은 여행기는 날아가 버렸다.


"설마, 꿈속에서 여행기를 적은 것인가? 오탈자 검수까지 다 했었는데 이상하네."


조식이 시작되는 7시까지 시간의 여유가 있어 패니어들을 정리하고 자전거에 장착을 해두고 조식을 먹기 위해 3층으로 내려간다.

 

 

3일 연속 같은 메뉴들이다.


"108위안 숙소에서 조식까지 제공되는데 더 바라는 건 욕심이지."


미음 같은 죽과 찐빵, 계란을 든든하게 먹고 돌아와 빗속을 달리기 위한 완전무장에 들어간다.


 

레인팬츠를 입고 상의에 땡땡이 우의까지 더한다. 그리고 비장의 비닐봉지로 발을 감싸고 출정준비 완료.


 

7시 30분, 보증금 92위안을 돌려받으며 체크아웃을 하고 밖으로 나오니 출근시간인지 굵은 빗방울이 떨어지는 거리가 혼잡스럽다. 위아래로 우의를 입어서 추위는 느껴지지 않는다.


 

30여 분, 이틀을 머물렀던 장수시내를 완전히 벗어나 105번 국도를 타고 145Km 거리의 안푸현을 향해 달려간다. 이틀의 휴식으로 가지 못한 거리를 갈 수 있으면 멀리 가고 싶다.


레인 팬츠과 땡땡이 우의로 빗물은 차단되는데 칠부 길이의 땡땡이 우의 밑부분과 장갑이 젖어 차갑게 느껴지고 신발은 바퀴에서 뿌려지는 흙탕물로 금세 물바다가 된다.


"역시 비닐봉지로는 어림없네."


손마디가 찌릿찌릿 전기가 오는 것 같다.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쓰고 다니는 판초 우의 같은 것이 필요하겠다 생각한다.


"다음 슈퍼에서 판초 우의를 파는지 물어봐야지."


 

9시, 잠시 쉬어갈 겸 길가의 슈퍼로 들어간다.


"유이!"


가게의 남자에게 "雨衣"의 한자를 보여주며 애프터스쿨의 유이를 계속해서 찾으니 잠깐 머뭇하던 남자는 우의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어제 호텔에서 친절한 여직원에게 발음을 배웠는데 발음이 어려워 '유이'가 돼버렸다.


 

어두운 가게 안의 가장 안쪽으로 걸어가 가게 주인이 알려준 곳을 보니 중국의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이 쓰는 우의가 맞는데 2인용 특대호다. 몇 개를 더 뒤적여 봐도 2인용 우의밖에 없다.


"이거 생각보다 꽤 무겁네."


중국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오토바이의 가림막은 색과 디자인만 다를 뿐 형태는 거의 똑같다. 그런데 우의는 천차만별의 여러 가지 우의를 쓰고 다니는 것을 볼 수 있다. 1인용, 2인용뿐만 아니라 일반 우의 같은 모양도 있고 백미러까지 넣을 수 있게 공간이 있는 것도 있다.


"이것도 백미러 공간이 있네. 중국인은 백미러가 필요 없는 것 같던데."


 

그 옆에 놓인 얇디얇지만 긴팔로 무릎까지 내려오는 일반 우의를 사려다 손만 대면 찢어져 버릴 것 같은 우의는 포기하고 비닐장갑 같은 것이 있나 찾아본다.


장갑 위에 비닐장갑이라도 씌우면 나을 것 같은데 그 옆에 고무장갑 같은 것이 있다. 장갑을 끼고 고무장갑을 낄 수 있을까 하고 손을 넣어본 순간


"띵호아! 이거야!"


팔꿈치까지 오는 비닐장갑은 손이 들어가는 부분에 면이 덧대어졌는지 따듯하다. 아마도 찬물을 쓰는 중국이라 고무장갑의 손 부분이 조금 두껍고 면 같은 것이 안쪽에 덧대어진 것 같다.


끝부분이 고무줄로 되어있는 것과 통이 넓게 되어 있는 것 두 종류가 있다. 비가 와서 그렇지 기온은 상온이라 이 정도면 손이 시리지는 않을 것 같다.


 

뜻밖의 레어템 고무장갑을 찾고 약간 흥분하여 기념샷을 찍고 있으니 젊은 여자가 와서 '여기서 무엇을 하냐'라는 어투의 중국어로 계속 잔소리를 해댄다. 말이 안 통하니 무시하고 계산대로 가는데도 따라오며 계속 떠들어 댄다.


"아우, 쫌!"


밖에 세워둔 자전거를 구경하던 남자 주인이 들어와 나를 가리키며 한국이라고 소개하자 그제서야 계면쩍은 듯 말소리가 줄어든다. 아마도 거지처럼 생긴 사람이 물건을 들고 이상한 짓을 하고 있으니 도둑인가 싶었나 보다.


"딱 보면 몰라? 한국 사람. 귀티 나잖아. 귀티!"


남자에게 고무장갑의 가격을 물으니 남자는 다시 여자에게 얼마인지를 묻는다. 조금 전 자신의 행동이 무안했는지 뜯어진 고무장갑의 포장지를 뒤집어 놓으며 남자에게 6위안이라고 말한다.


"메이요?"


너무 만족해하는 나를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는 남자에게 발을 들어 신발을 가리키며 묻자 '엉뚱한 사람이 다 있나'하는 표정으로 없다며 손사래를 친다.


 

 

고무장갑은 젖어있던 팔과 손을 따듯하게 해준다. 한여름의 장대비같이 쏟아지는 빗속을 달려 신간현에 도착한다. 여느 중국의 도시들처럼 불현듯 나타나는 도심은 깨끗하고 도로변에 열대 식물들이 가로수로 싶어져 있다.


비가 많이 내려서 그런지 다른 도시보다 빨간색 3륜 오토바이가 많이 다닌다. 사람도 태우고, 짐도 싣고 다니지만 가끔 보면 빨간색 오토바이들은 손님을 태우고 요금을 받는 것 같다. 도로 주변에 사람이 서있으면 그곳에서 서서 탈 것인지를 묻는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다.


 

배도 출출해지고 소변도 급하여 근처의 주유소에 들어간다. 중국 도로에는 버스 정류장 같은 곳이 가끔씩 있지만 대부분 그것마저 없거나 있더라도 의자가 없는 곳이 많다. 그리고 중국의 집들이나 가게들도 처마 같은 것이 없어 잠시 비를 피할 곳이 마땅치 않다.


"의자에 앉는 걸 그리 좋아하면서도 참 자리 인심이 없는 동네다. 잠시 쉬어갈 의자 하나 찾기가 이리도 힘들다."


 


빵과 초코바 2개를 8위안에 사서 배를 채운다다. 초코바를 깨물고 레어템 고무장갑을 흐뭇하게 쳐다보니 오른쪽 장갑의 팔꿈치 부분이 찢어져 있다.


"하여튼 제대로 된 것이 없다."


 

중국은 어딜 가나 아이들이 많아서 활기가 넘친다. 여동생을 놀리는지 주유기 주변을 빙빙 돌며 도망 다니자 여동생이 삐친 모양이다.


"한국에 아이들은 저 나이에 티비를 보던가 컴퓨터나 핸드폰 게임만 하고 있을 텐데. 아니면 학원에 갔으려나."


 

 

목적지인 안푸현까지는 85Km가 남아있다. 무리를 한다면 갈 수도 있겠지만 안푸현까지 이르는 길에는 규모가 되는 현(县)이나 전(镇)이 없이 촌들이 이어진다.


샤장현의 갈림길에서 오른쪽이 안푸현 그리고 직진하여 남쪽으로 더 내려가면 지안시가 나온다. 목적지를 지안시로 바꾼다. 지안시의 초입 지수안현까지 45Km가 남아있다.


"빗속에 무리하는 것보다는 지수안현에 3시쯤 도착해서 쉬는 것이 좋겠어. 여행할 날들이 많으니까."


 

비가 오는데도 중국의 도로는 쓸데없이 예쁘다. 노란색 유채꽃 같은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자연스러운 들녘과 함께 비구름이 어우러져 있는 풍경은 정말 매력적이다.


 

 

빗속에 페달링이 무거워질 때쯤 길가에 위치해 있던 모택동 기념비가 있는 공원이 나온다.


"현재의 중국, 건국의 상징적인 인물일 텐데 기념비가 좀 작은가? "


중국의 여러 곳에 있을법한데 여행하는 동안 처음 보는 것 같다.


 

 

 

이곳의 정취는 벼농사를 짓는 논들이 있어서 한국의 여느 농촌의 풍경과 흡사한 느낌이 난다. 노란색 꽃이 피어있는 길을 달리다 보면 마치 제주도의 어딘가를 달리고 있지는 않은가 생각이 든다.


 

 

지안시를 알리는 안내판과 함께 멀리서부터 보이던 산 위의 높은 목조건물이 무엇일까 궁금했는데, 가까이 오니 산 위의 목조건물을 중심으로 양완리공원(扬万里公園)이 넓게 조성되어 있다.


 

모르는 사람인데 중국에서 유명한 사상가 아니면 문인인가 싶다.


 

 

 

 

중국에 와서 처음으로 제대로 된 공공 자전거 거치대를 본다.


"그래, 얼마나 좋아? 대륙아!"


 

목적지인 지수안현에 도착하여 트립닷컴으로 숙소를 검색하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 이젠 트립닷컴이 없더라도 괜찮다. 조금 번거롭지만 고덕지도를 검색하여 주변의 빈관들을 알아본 후 가격이 저렴하고 가까운 곳을 선택하면 된다.


빈관에 들어가 숙박이 가능한지를 묻고 가격을 물어본다.


"이빠이 이쓰 빠"


118위안을 표시하며 검지와 중지를 펴고 '이', '이' 그리고 엄지와 검지를 펴서 '빠'를 한다.


"원 원 투?"


내가 손가락을 따라 하며 농담을 하니 웃으면서 엄지와 검지를 피며 '빠!'라고 한다. 중국에서 손가락으로 숫자를 셀 때 8은 엄지와 검지를 펴서 표시하는가 보다. 우리의 가위바위보의 가위 모양이다.


"중국의 8은 한국의 2야!"


 

엘리베이터가 없는 2층으로 자전거를 들고 올라가라며 배려해 주는 주점의 아저씨와 아주머니다.


아저씨에게 먼저 자전거를 씻어야 한다고 하니 빈관 밖의 자리를 알려준 후 양동이에 물을 담아다 주며 물걸레와 수세미까지 갖다 준다. 그렇게 4차례나 물을 담아다 주고 2층까지 짐들을 함께 옮겨준다.


중국 사람들은 무뚝뚝하고 경계심이 많아 보이지만 언제나 그렇듯 그것은 사람 개개인의 성향에 불과한 것 같다. 친절한 사람들은 웃음도 많고 사람을 편하게 대해준다.


 

샤워를 하며 자전거와 패니어들을 씻어낸다. 매번 반복되지만 몸을 씻는 시간보다 자전거를 씻는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오늘은 레인팬츠와 땡땡이 우의가 완벽하게 비를 막아준 덕에 바지와 상의를 빨 필요가 없고 신발을 벗자 흙이 잔뜩 묻은 비닐봉지 안쪽의 양말은 흥건하게 젖어 있다.


"황산에 오를 때, 사람들이 신발 위에 씌웠던 비닐 덧신 같은 것이 있었는데."


 

 

옷, 신발을 난방기 앞에 걸어놓고 저녁을 먹으러 나간다. 빈관 바로 옆에 붙어있는 식당에 들어가 여전히 그 맛들을 짐작할 수 없는 그림판을 보고 가격들을 물어본 후 가지볶음을 주문한다.


여기서도 내 쪼리를 보더니 무어라 중국어로 말한다.


"내 사랑 쪼리!"


 

"매일 돼지고기만 먹을 수 없지. 이번엔 가지요리다."


 

현지인들은 그림판을 안 보고 재료들을 보면서 주문을 한다.


 

 

호박씨 같은 이 맛없는 주전부리도 주고.


 

 

그릇을 데울 뜨거운 물도 주고.


 

 

한참 후 자줏빛의 가지요리가 나온다.


"빠이판!"


맛이 좋은 가지 요리를 몇 점 맛보고 있으니 큰 양푼에 밥이 나오고.


"참, 밥 인심은 좋아!"


 

중국 식당은 아직도 모르겠다. 식기나 밥의 요금을 별도로 받는 곳도 있고 아닌 곳도 있다. 보통 친절한 아주머니가 있는 곳은 다 공짜로 주는 것 같다.


세공기 반의 밥을 먹으니 가지볶음이 없어진다.


"아, 밥이 아직 남았는데 아쉽다."


38위안짜리 메뉴인데 양이 많다. 중국 음식점에서 다른 사람들을 보면 두 사람이 와 세 가지 메뉴 정도를 시켜서 나눠 먹는 것을 자주 본다. 나도 동행이 있다면 야채가 들어간 서브 메뉴도 함께 먹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든다.


 

"계림은 참 멀다. 뜻하지 않는 비 때문에 왜 계림에 가는지조차 모르겠네."




 

Trak 정보

트랙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9일 / 장대비 ・ 4도

장수시

갈수록 비가 많이 내린다. 아침 일찍 일어나 출발 준비를 하고 비 내리는 하늘을 쳐다보며 세차례나 출발을 하려했으나 잠시 멈췄던 비는 그때마다 기다렸다는 듯이 강한 빗줄기로 변한다. "하아, 하루 더 쉬어야 하나."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1,104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88시간 49분


자전거정비잠
0Km / 00분
0Km / 00분
OYO
OYO
OYO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숙박정보


・위치
중국 장수시
・상호
OYO호텔

・전화
+86 0795 7032888・가격
1박 108위안

 

비가 멈출 줄 모르는 날씨의 연속이다. 8시가 되기 전 피곤한 몸을 일으켜 창문을 열어보니 에어컨의 실외기를 때리는 빗소리가 우렁차다. 어제 한국 식당에 다녀온 뒤로 목이 칼칼하더니 콧물이 훌쩍거릴 만큼 컨디션도 좋지 않다.


"일단 아침 조식을 먹고 잠시 기다려 보자."



9시가 넘어 빗줄기는 조금 가늘어진다. 출발을 위해 브레이크가 전혀 들지 않던 앞, 뒤 캘리퍼를 분해하여 브레이크 패드의 상태를 점검한다.




예상했던 대로 브레이크 패드가 다 닳아 겨우 패드핀이 걸쳐있을 만큼만 남아 있다. 자전거를 구매하고 전국일주 2,700Km를 달린 후 중국여행을 시작한지 15일 정도 지났는데 벌써 패드가 이 모양이라니.



무거운 자전거의 무게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빨리 소모된 것 같은 느낌이다. 계속되는 우중 라이딩에 이물질이 들어가며 더 많이 갈려나간 듯싶다.



여행 전 구형 데오레 브레이크 패드를 6개를 준비해 두었다. 6개의 브레이크 패드 무게도 만만치 않다.



교체된 브레이크 패드는 비상용으로 패니어에 넣어 둔다. 


"널 쓸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만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일단 킵!"


정비는 하는 동안 방 청소를 하겠다며 직원이 문을 두드린다. 곧 출발할 것이니 필요 없다고 말하고 창문을 열어 하늘을 보니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한다. 


"좀 더 기다려보자."



저렴한 가격에 가벼워 여행 며칠 전 사두었던 레인 팬츠를 꺼낸다. 


"동남아시아에서나 쓸 줄 알았는데 이렇게 빨리 널 꺼낼 줄이야."



신발이 젖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빗물에 젖어가는 양말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 비상책으로 비닐봉지를 이용해 본다. 


"물이 안 들어 올려나?"



10시 30분, 복장을 모두 갖추고 패니어들을 장착하고 출발 준비를 한다. 자전거를 끌고 나가려는데 실외기와 창문을 때리는 빗방울 소리가 우렁차게 울려댄다. 


"아, 젠장할!"



자전거를 놓고 밖으로 나와 하늘을 보니 시커먼 하늘에서 끊임없이 굵은 빗줄기가 내린다. 조용히 프런트로 다가가니 첫날의 친절했던 직원이 나와있다.


"1 more day."


룸키와 108위안을 여직원에게 내민다.


"여기는 매일 이렇게 비만 내리는 거야? 


"그렇다. 많이 내린다. 겨울에 중국 북방은 맑지만 남방에는 비가 많이 내린다."


"비 때문에 계속 머무르는 거야?" 


"응."


"음, 그러면 앞으로 한 달 정도는 머물러야 할 거야!"


친절한 미소의 여자는 농담을 하며 다시 웃는다.


"안돼! 내일은 반드시 여기를 떠날 거야!"



출발을 위해 어제의 조식 때 보다 많이 먹어 두었는데 오후가 되니 출출한 허기가 밀려온다. 


"역시 미음 같은 죽으로는 어림도 없어."



길 건너편 공공화장실, 중국의 공공 화장실은 구조도 참 다양하지만 시설은 공통되게 안 좋다. 


"공공시설물에 투자 좀 해라. 대륙아!"



첫날 식사를 했던 식당을 찾아갔지만 영업 전이라 다른 가게를 가야한다.



중국 사람들은 카드놀이를 정말 좋아하나 보다. 단순한 원카드 같은 것을 하는 것 같은데 표정들이 어찌나 진지한지 사진을 찍어도 관심이 없다.



바로 옆에 있던 가게가 열려있어 들어간다. 보통의 중식 음식점들과는 조금은 현대적인 인테리어다. 다른 테이블에서 먹고 있는 메뉴들을 살펴본다.



옆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는 남녀의 모습을 유심히 관찰하니 먹는 양이 적은 젊은 남녀는 3가지의 요리를 시켜서 식사를 하고 있고, 새로 들어온 남자들도 몇 개의 요리를 선택하여 주문을 한다.


아무래도 중국인들은 두세 가지의 메뉴를 선택해서 식사를 하는 모양이다.



각자의 핸드폰을 쳐다보며 밥을 먹는 남녀의 테이블에 놓인 돼지고기 요리를 가리키켜 같은 것을 달라고 주문을 한다.



주점들의 와이파이 비밀번호가 대부분 '12345678'이거나 '88888888'이듯 여기도 비밀번호는 88888888. 아마도 중국에서 와이파이가 탐색되면 둘 중에 하나를 치면 80%는 연결되지 않을까 싶다.




한참을 기다려도 나오지 않은 음식, 혹시나 전 손님의 먹던 세 개의 메뉴를 전부 주는 건 아니겠지 하는 걱정스러움이 밀려온다. 중국에 와서 '일반적 상식'이라는 것을 포기한지 오래다. 그것이 중국이다.


유리창 넘어 오픈되어 있는 주방에서는 커다란 웍을 들고 불을 붙여 분주하게 조리를 하고 있고, 그 옆에 남자는 담배를 물고 뭔가를 자르고 있다. 중국의 담배 문화는 조리실에서도 예외가 없는 모양이다.



조금 후에 조리되어 나온 오늘의 점심 메뉴. 돼지고기에 고추와 마늘이 들어가 약간 매콤하니 괜찮은 맛이 난다.



밥을 달라고 하자 여기도 작은 맥주통 같은 곳에 담겨서 나온다. 작은 중국 밥그릇으로 4~5그릇 정도 나오는 양이다.



물론 주는 밥은 남김없이 잘 먹는다. 더욱이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더 열심히 먹는다.


"밥하고 고기만 먹으면 다 나아!"


밥과 요리를 모두 먹고 가격을 물으니 주방에서 나온 남자가 38원을 달라고 한다. 조금 비싸네 생각하고 있는데 카운터에 앉아 있었던 여자가 오더니 내 테이블을 가리키며 뭐라고 하자 42원을 달라며 담배를 물고 카운터 위에 돈들을 던지듯 올려놓는다.


"정말 중국은 서비스 정신이라는 것을 찾아볼 수가 없다."


가끔 슈퍼마켓에서 물건을 살 때도 거스름돈을 던지듯 계산대 위로 올려놓는 사람들을 봤기에 낯선 모습은 아니지만 뭔가 기분이 좋지 않은 이상한 중국의 모습이다.


"예의가 없어. 예의가! 공자의 나라에서 말이야."



컨디션 탓에 말을 붙이고 싶지 않아 잔돈을 들고 나온다.


숙소로 돌아와 자료를 정리하다 식후 졸음인지, 컨디션 탓인지 아니면 그동안의 피로인지 졸음이 밀려온다. 꾸벅거리며 노트북을 두르리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노트북을 덮고 이불을 끌어당겨 그대로 잠이 든다.


"이른 새벽에만 깨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리고 내일에는 꼭 출발해야지!"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18일 / 비 ・ 4도

장수시

비가 내릴 확률 100%, 여지없이 아침부터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며칠간의 빗속 라이딩으로 조금은 지쳐있던 터라 하루를 머물며 여행 자료를 정리하기로 한다. "비, 내가 비 내리는 것을 좋아했던가?"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3,853Km

이동시간

0시간 00분

누적시간

258시간


ATM 현금인출
여행자료정리
0Km / 00분
00Km / 00분
OYO
한국식당
OYO
 
 
1,104Km

・국가정보
중국, 베이징
・여행경보
여행유의・자제, 현지안전정보
・언어/통화
중국어, 위안(1위안=170원)
・예방접종
폴리오, 말라리아, 콜레라
・유심칩
30일4G, 22,800원
・전력전압
▪2구110, ◦2구220
・비자정보
사전비자 30~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86-10-8531-0700/+86-186-1173-0089

 

저녁이 되면 툭툭 숙소의 창문을 때리는 빗소리가 이제는 원망스럽기까지 하다. 알람들과의 전쟁을 치르고 겨우 일어선 아침, 창문을 열자 추적추적 겨울비가 내린다. 


"오늘 하루는 쉬어야겠다."


계속되는 빗속 라이딩에 조금은 지쳐있다. 그 차가운 느낌과 온몸에 질척거리며 엉겨 붙는 흙탕물의 너저분함이 생각나 몸서리가 쳐지는 것 같다.


호텔에서 제공하는 조식을 먹기 위해 3층으로 내려간다. 108위안 주점에 조식까지 제공하니 가난한 여행자에게 이보다 좋을 수가 없다.



큰 기대 같은 건 하지 않았다. 휭하고 볼품없는 주점의 식당을 들어서자 입구에서 관자리로 보이는 아저씨가 숫자들을 메모해 둔 낡은 노트를 앞에 두고 무어라 말을 한다.


확인 절차이겠거니 생각하고 룸키를 보여줬더니 한 명이냐고 물어본다.





주점의 조식 메뉴는 삶은 계란, 빵, 찐만두, 죽, 면 그리고 밑반찬으로 보이는 4가지의 무엇이다.








청여요의 집에서도 그랬지만 중국에서는 아침으로 미음 같은 흰죽을 먹는가 보다. 죽을 두 그릇을 비우고 찐만두 두 개를 먹는다. 찐만두 속에 달콤한 내용물이 들어있어 맛이 좋다. 괜찮은 아침이다.


아침을 먹고 숙박을 연장해야 하는데 인천 공항에서 환전해 온 현금은 200위안과 동전들만이 남아있는 상태다.


"현금이 필요하겠네. 돈을 찾아볼까."


고덕지도를 켜고 가까운 은행을 검색한 후 숙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중국건설은행에 들어간다. 처음으로 외국에서 현금을 인출하는 것이다.





중국어와 영문으로 서비스되는 중국의 ATM 기기는 우리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여행 전 해외에서 현금 인출 시 수수료가 적다고 하여 부랴부랴 새로 만든 KEB 하나은행 VIVA G 카드다.



일단 체크카드를 먼저 ATM 기기에 넣은 후 잠시 대기.



안전 문구 같은 것이 뜨고 우측 하단의 계속 버튼을 누른다.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라고 한다. 중국의 카드 번호는 6자로 알고 있었는데 4자리를 입력하니 끝이다.




우측 하단의 WITHDRAWAL 인출을 누른다.



찾을 현금의 액수를 중국의 위안으로 입력하거나 좌우의 해당 버튼을 누른다. 2,000위안.




"뭐야, 일일 한도가 초과?" 


카드를 만들고 처음 써보는 것이라 일일한도와 월한도가 얼마로 설정을 해놓았는지 모르겠다.


다시 우측 하단의 계속 버튼을 누르고.



이번에는 1,000위안을 눌러본다. 


"제발!"



"드르륵" 


언제 들어도 기분 좋은 현금이 세어지는 소리가 나고 잠시 후 내 피 같은 돈을 토해낸다. 


"다행이다."



마지막으로 좌측 하단의 EXIT를 누르면 체크카드가 반납된다. 우리나라는 카드를 먼저 받고 현금이 나오지만 중국은 현금을 받고 카드를 반납 받아야 한다.


습관적으로 현금을 받은 후 그냥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숙소로 돌아오는 길, 여전히 하늘에서 비가 내린다. OYO 호텔은 1박에 108위안인데 건물 자체는 의리의리하다. 


"숙소 내부에 좀 더 신경을 쓰지."



한국에서 가져온 20팩의 커피믹스가 다 떨어졌다. 모든 패니어를 뒤적거렸지만 나온 것은 율무차 한 팩이다.



오후 2시가 넘어 자료를 정리던 중 출출한 느낌이 든다. 


"비도 오고 그렇고 해서."


쓴 소주도 그립고 삼겹살의 기름맛과 마늘의 알싸한 맛이 그립다.


"제법 큰 도시인데 한국식당 하나쯤은 있겠지."


고덕지도를 켜고 '韓國'을 검색하니 한국 요리를 하는 몇몇 식당이 검색된다. 가장 가까운, 가깝다기 보다는 장수시내에서는 유일하게 한 곳의 한국요리 식당을 보니 별점이 형편없다.


"뭐 중국 사람 입맛에 안 맞으니 별점이 낮겠지" 


하지만 평점과 함께 올라온 메뉴 그림들을 봐도 그 모양새가 영 각이 잡혀있지 않다. 그래도 삼겹살이 먹고 싶다.


"중국에 돼지고기가 이렇게 흔한데 두툼한 돼지고기를 많이 주겠지."


숙소에서 가게까지 거리는 2.2Km. 걸어가기에는 조금 먼 거리라 자전거를 끌로 내려가 비가 내리는 거리를 고덕지도를 따라 이동한다.


"비가 오는데 중국 길들은 참 이쁘다." 


후두둑 후두둑 가로수에서 떨어지는 굵은 물방울을 맞는 것이 재미있고 즐겁지만 양쪽 브레이크가 전혀 말을 듣지 않는다. 빗속 라이딩에서 묻은 자갈들이 패드를 빠르게 소모시켰나 보다. 숙소로 돌아가면 정비를 해야겠다.



찾아간 무궁화 한국요리 식당은 왠지 모르게 중국스러운 한국식당이다.




자리에 앉으니 메뉴들이 적혀있는 주문서와 볼펜 한 자루를 건네준다. 


"체크를 하라는 말이지."


한참을 들여다봐도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고기 메뉴들. 26위안의 돼지고기를 주문하자 남자는 한 사람인지를 묻더니 계속 옆에 서있다. 


"먹으면서 더 주문할게요."


남자는 알았다는 듯이 되돌아간다.




"앗! 이것은." 


벼락같은 하늘의 축복이다. 


"소주? 소주에요?"


한국 청주라고 쓰여있는 메뉴판을 가리키며 물으니 맞다고 한다. 고민할 것도 없이. 


"소주도 한 병 주세요!"



잠시 기다리는 사이 나온 구이용 돼지고기를 보고 내 눈을 의심한다. 이곳까지 오는 동안 보아왔던 중국의 돼지고기들, 큼지막한 덩어리로 먹음직스러운 자태를 뽐내던 그 고기는 어디로 가고, 한없이 얇디 얇아 보이는 고기가 테이블에 놓여진다.


"이건 26위안의 가격 문제가 아닌데. 100위안을 시켜도 저 고기가 많아질 뿐 달라지지는 않을 거야."



두툼한 주먹고기 정도를 생각했던 나의 바람은 망상에 가까운 것이었나 보다. 


"그래, 그냥 돼지고기의 기름맛이라도 보는 게 어디냐. 그런데 저 정체를 알 수 없는 기름종이는 또 무엇이지?"


분명히 가게의 사장은 한국의 삼겹살을 먹어 보지 않았거나 먹어 보았다면 대단히 저렴한 대패 삼겹살 집을 갔다가 왔을지 모르겠다.


"도대체 한국에서 무엇을 먹었길래 이런 메뉴가 생겨났을까?"



마음속 깊은 통곡에 가까운 절규들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떠돌아다니는 동안 처음처럼 한 병이 나온다. 


"할렐루야!"


그런데 상표 로고를 제외하고 다 중국어로 되어있다. 


"설마, 짝퉁은 아니겠지?"




한없이 초라해 보이는 돼지고기 두 점. 어느 부위인지는 모르겠으나 이것은 얼핏 봐도 구이용이 아니라 샤브샤브용이다.



오로지 두 점의 고기만이 기름종이 위에서 지글거리고 있을 때 양념장을 내어준다. 


"..."


왼쪽은 우리가 양꼬치 집에서 흔히 먹는 양념 그리고 오른쪽은 돈가스 소스처럼 달짝지근한 그런 양념이다.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쌈장은 어딨어요."



모든 것을 체념하고 샤브샤브 고기를 한 젓가락에 한 점씩 입에 넣는 동안 언제 갖다 놓았는지 테이블 위에 양상추로 보이는 것이 수줍게 올려져 있다.


"그래, 같이 싸먹을 것이 있어야지."


양상추에 처음보다 더 얇게 쭈그러든 고기를 얹어 한 쌈을 하고 소주 한 잔을 마신다. 오랜만에 마신 소주라 약간 독하게 느껴지지만 좋다. 그리고 양상추도 신선하고 아삭아삭하다.


"역시 소주에는 양상추지."




메뉴판이 나올 때부터 테이블에 올려져 있던 작은 상자, 무엇에 쓰는 물건인지 모르겠지만 2위안이라고 적혀있어 그대로 두었지만 자꾸만 호기심을 자극한다.



"김치찌개 있어요?" 


남자는 무어라 중국어로 대답을 하고, 다시 한번 또박또박 김치찌개를 발음하니 알았따는 듯 고개를 끄덕이고 돌아간다.


잠시 후 남자는 김치와 돌솥비빔밥을 내어준다.


"..."



오히려 비빔밥이 나온 게 다행이다 싶다. 김치는 김밥천국 같은 곳의 김치맛이고 비빕밤은 고추장 맛이다.


"더운 쌀밥에 고추장 넣고 계란 후라이에 비비면 다 맛있지 뭐. 간만에 고추장과 김치맛을 봤으니 그럼 됐다."



추적추적 비가 내리는 날, 외국에서 이상한 한국 음식과 함께 소주 몇 잔을 하니 묘한 기분이 든다. 잠시 동안 비 내리는 길거리의 풍경을 바라보고 자리에서 일어선다.


작은 가게 안에 중국인 커플로 보이는 남녀가 의자에 나란히 앉아 여러 메뉴들을 가득 시켜놓고 데이트를 즐기는 것처럼 보인다. 나에게는 형편없는 음식이지만 그들에게는 특별한 한 끼의 식사겠구나 싶다.


"주어진 모든 것들에 감사해야지!" 


또 한 번 작은 것으로부터 불필요한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는다.



계산대에 가서 가격을 묻자 71위안이 나온다. 영수증을 확인해 보니 작은 상자에 들어있던 정체 모를 것의 2위안이 더해져 있다.


"이거 사용 안 했어요."


남자는 알았다며 2위안을 빼준다. 계산대 옆에 쌓여있는 박스를 보고 식사 내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던 그 박스를 가리키며 물어본다.


"쩌 쓰 썬머?"


남자는 계산대의 한편에 뜯어져 있는 박스를 보여준다. 냅킨이다.


"하하하하하."


자기의 삼촌이 한국인이라는 것을 알려 준 주인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온다.


"삼촌이 많이 잘못했네."



여행 자료들을 정리하고 잠자리에 들기 전, 가게에서 남겨 온 소주 반 병을 어제 사두었던 파인애플을 안주 삼아 마저 마신다. 따듯하게 몸의 열기가 올라오는 것이 좋다.


오늘 아침 카카오페이로 보내 준 부침이의 후원금 10,000원으로 중국에서 삼겹살과 비빔밥 그리고 김치를 맛본 하루다.


"부침아, 잘 먹었다! 쌩유!"




Tip1. 중국 ATM 기기에서는 현금을 인출한 후 꼭 카드를 반납 받아야 한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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