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375일 / 비
파리
파리에서 보내는 마직막 하루, 파리를 떠나기 전 레오니의 초대로 브런치를 먹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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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4시간

 
레오니브런치
 
꼬메흑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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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파리
 
파리
 
 
473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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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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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에서의 마지막 날 아침, 하늘이 흐리다.

11시에 브런치를 먹기로 한 레오니와의 약속 시간을 기다리며 자료들을 정리한다.

레오니와 브런치를 먹고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하는 것으로 파리의 여행을 마칠 생각이다.

아무런 생각 없이 길을 걷다 길을 잘못 들어섰음을 깨닫는다. 지도를 보고 다시 레오니의 집에 도착한다.

언제 봐도 밝은 레오니는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미소를 갖은 아이다.

성인 두 명이 타기에도 조금 비좁은 프랑스의 전통 아파트, 기존의 구조에 엘리베이터를 새로 설치하다 보니 공간의 여유가 없는 모양이다.

"프랑스 전통의 브런치예요."

접시들과 다양한 재료들이 테이블에 놓여있다.

"어디서부터 시작하는 거야?"

"일단 빵과 차를 먹고 햄, 치즈, 잼과 빵을 먹고, 과일을 먹어요. 어렵지 않아요."

"다 모였다!"

크루아상을 차와 함께 먹는다. 네덜란드 월터의 집에서는 크루아상을 반으로 갈라 잼이나 버터를 발라 먹었는데 프랑스에서는 그냥 먹는 모양이다.

"차에 적셔 먹어도 괜찮아요."

유럽 여행에서 처음 먹어 본 크루아상은 그냥 먹어도 파삭파삭 달콤 고소한 맛이 좋은 빵이다.

모차렐라 치즈와 토마토로 간단한 프랑스 음식과 예쁜 계란 프라이, 햄과 치즈, 콩 그리고 식빵에 버터를 발라 두 번째 접시를 비운다.

계란 흰자처럼 두툼하고 부드러운 모차렐라 치즈는 특별한 맛이 느껴지지 않지만 부드러운 식감이 좋다.

레오니와 많은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고, 레오니의 어머니, 안나와 영상 통화를 한다.

한국 발음이 정말 귀엽고 미소가 밝은 레오니의 엄마다. 아마도 레오니와 안나의 미소는 엄마를 닮았나 보다.

"그럼, 레오니 엄마의 미소는 예쁜 할머니의 미소를 닮았을까?"

6년 전, 그녀의 가족과 처음 만났을 때 느꼈던 생소하고 낯선 가족의 분위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가족이라는 의미의 깊이는 세대와 세대로 전해지며 자연스럽게 체화된 몸짓, 감정의 공유 같은 것이었다.

결핍과 결여의 삶,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낯선 감정에 대한 이질감은 스스로를 안달하며 모든 것들을 불안하게 만들어버렸다.

핀란드에서 만난 태요의 가족, 크리스마스를 함께 보낸 월터의 가족, 그리고 프랑스에서 만난 레오니의 가족을 보며 가족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레오니는 빵과 치즈, 빵과 햄, 빵과 잼으로 샌드위치를 만들고, 작은 찬통에 과일과 차들을 담아준다.

"내일 저녁까지는 괜찮을 거예요."

"룩셈부르크까지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레오니와의 대화는 3시까지 이어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모습이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어요. 레오니의 10년 후 모습이 궁금해요. 항상 지금 같은 미소를 잃지 말아요."

파리에는 에펠탑도 있고, 루브르 박물관도 있고, 세느강도 있고, 더 멋진 것들도 많지만 파리는 예쁜 미소의 레오니가 사는 도시다.

레오니의 숙모 마리는 영국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리며 피에로를 함께 잃어버린 줄 알고, 나에게 줄 새 피에로를 만들었나 보다.

"그럼 이 피에로도 함께 여행할게."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다시 자전거를 탈 때가 됐나 보다."

레오니와 대화가 이어지며 루브르 박물관을 관람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루브르 박물관 구경을 패스하고 숙소로 돌아가 파리를 떠날 준비를 할 생각이다.

"웃는 얼굴, 밝은 미소의 레오니가 모나리자 보다 훨씬 예쁘잖아!"

숙소 옆 작은 성당에 들러 시간을 보낸다. 조용한 시간, 시간의 흐름이 좋다.

"이 골목 참 마음에 든다."

 

2020년 2월, 나는 비가 내리는 파리 15구역 꼬메흑쓰 거리에 있다.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4일 / 맑음&
파리
계속해서 화창한 봄날의 날씨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지." 자전거를 타고 파리를 달린다.


이동거리
24Km
누적거리
22,486Km
이동시간
3시간 19분
누적시간
1,704시간

 
팡테옹
 
자유여신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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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
 
파리
 
파리
 
 
0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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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3시, 요란하게 흔들리는 침대의 움직임에 잠에서 깬다.

"에쉬!"

침대에서 일어나 이층 남자의 자는 모습을 지켜본다. 이불을 뒤집어쓴 남자는 조용하다.

"잠꼬대를 하는 건가?"

다시 침대에 누으니 다시 움직임이 시작된다. 침대에서 일어나 남자를 깨운다.

"너 어디서 왔니?"

"한국이요."

"Why... 어, 왜 잠을 안 자는 거야?"

한국의 어린 남자에게 매정하게 따질 수도 없고, 타이르듯 말하니 문자가 와서 잠이 깼다고 한다. 여행 중이라 시차가 안 바뀐 것인지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 메시지를 주고받는 모양이다.

"참자. 참어!"

타인에 대한 배려가 없는 사람은 남녀노소를 떠나 매력이 없다.

남자 아이는 새벽 일찍 숙소를 빠져나가느라 소란을 피운 뒤 사라지고, 러시아 남자와 젊은 여자는 8시가 되기 전 외출을 하려고 요란스럽다.

"정말 힘든 녀석들이다."

피곤함이 몰려드는 아침이다. 침대에서 일어나 옷가지들을 챙겨 입고 있으니 독일에서 온 중년의 여성이 인사를 하며 외출을 한다.

조용해진 방, 다시 침대에 들어가 잠을 청하지만 이미 틀렸다.

"젠장할!"

카페로 내려가 조식을 먹고, 다시 잠을 청하지만 의미가 없다. 10시 반, 방을 옮기기 위해 짐들을 보관 창고에 넣어둔다.

"자전거 타고 바람이나 쐬자."

"거지님, 일어나셔요."

도로를 달려 팡테옹으로 향한다.

커다란 돔이 인산적인 팡테옹의 모습이 눈에 들러온다.

"배고프다."

맥도널드에 들어가 주문을 하고, 팡테옹 부근에 대학교가 있는지 점심시간이 지났음에도 학생들로 붐빈다.

프랑스 문학가들의 묘가 있다는 팡테옹의 광장에는 햇볕을 즐기는 사람들이 바닥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있다.

햇볕에 앉아 멍하니 시간을 보낸다. 오늘도 햇볕이 좋은 날이다.

"다음엔 어디로 가지?"

지도를 검색하고 바스티유 광장으로 향한다.

세느강을 따라 바스티유 광장으로 가는 길, 자전거 도로의 신호등을 건너던 남자가 우회전을 하는 택시와 부딪쳐 넘어진다.

먼지를 털고 일어난 남자는 별다른 행동 없이 택시의 보닛을 손바닥으로 내리친 후 몇 마디의 말을 내뱉으며 가던 길을 간다.

"오호!"

파리에서 차량들과 자전거는 서로 신경전을 벌이는 관계라고 말했던 실비의 말이 떠오른다.

마음대로 차도를 드나드는 자전거와 차량들의 신경전은 도로 곳곳에서 쉽게 볼 수 있다. 그냥 아무렇지 않은 듯 서로 몇 마디의 말과 제스처를 하면서 지나치는 모습이 재미있다.

청동의 원형 기둥이 세워진 바스티유 광장에 도착한다.

회전 교차로의 광장에는 탑 이외에 아무것도 없다.

"빅토르 위고의 대저택?"

근처에 빅토르 위고의 저택이 있어 이동한다.

고저택이 사방으로 둘러싸인 작은 공원, 빅토르 위고의 저택은 내부로 들어갈 수 없다.

"공원 아담하니 예쁘다."

모양을 위해 가지런히 다듬은 나무들은 붉은빛의 나뭇가지가 돋아나 색다른 느낌을 준다.

"다음은 노틀담 성당으로."

세느강을 건너 시테섬으로 간다. 시테섬의 서쪽에 위치한 노틀담 성당은 2019년 4월 화재가 나서 지금은 복원 공사가 한창이다.

성당의 측면 길은 사람들이 많아, 골목을 돌아간다.

성당 주변의 선물가게를 구경하고, 딱히 특별한 것이 없다.

아쉽지만 공사 중인 성당의 모습을 쳐다보고 시테섬의 동쪽으로 이동한다.

샹샤펠 성당으로 간다.

시테섬의 중앙에 위치한 샹샤펠 성당은 도로변에 있는 규모가 크지 않은 성당이다. 화려한 금색의 철문의 입구가 관공서가 아닌가 생각될 만큼 화려하다.

내부의 스테인드글라스가 화려하다는데, 오늘은 패쓰다.

시테섬의 동쪽 끝자락으로 간다.

주택가 작은 놀이터에서 테니스공 만한 쇠구슬을 굴리며 게임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재미있다. 아무렇게나 던지는 것 같은데 절묘하게 굴러가 목표한 위치에서 구슬이 멈춘다.

어제 살로메, 정원과 함께 걸었던 세느강이 나온다.

"오늘은 강변 자전거 도로를 달려 볼까?"

강변의 도로는 짧게 끝나고.

긴 터널이 나온다.

그리고 터널의 끝은 콩코르드 광장이다.

"개선문으로."

개선문에서 콩코르드 광장까지 이어지는 샹젤리제 도로를 달린다.

자전거 도로가 별도로 있지만 돌바닥과 많은 신호등 때문에 천천히 샤를 드 골 광장으로 향한다.

"다음은 트로카데로 광장."

 

파리 시내에서 라이딩하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딱히 불편한 것도 없다. 하교를 하는 아이들, 대부분 비슷한 포즈의 관광객들, 거리의 사람들의 모습을 지나쳐간다.

트로카데로 광장에 들어서자 많은 관광객들과 함께 에펠탑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마도 에펠탑의 모습을 광장 편하게 볼 수 있는 광장인 듯싶다.

"마지막 자유의 여신상으로."

언덕을 내려와 세느강을 건넌다. 자유의 여신상이 있는 다리에서 다리 밑에 위치한 공원으로 들어가는 경로를 찾지 못해 조금 헤맨다.

"빌딩 디자인들 참 좋다."

다리의 중앙에서 공원으로 내려가는 경로를 찾고, 자유의 여신상으로 간다.

"아주 작네."

파리의 하루가 저물어 간다.

"괜찮은 하루였어!"

숙소로 돌아가는 경로를 확인하니 자유의 여신상에서 꽤 가까운 거리다.

숙소로 돌아오니 중년의 매니저가 좋은 하루였는지 물어본다.

"네. 멋진 하루였어요."

새로 옮긴 방에는 히스패닉계로 보이는 친구들이 모여있다.

짧은 인사를 나누고 저녁을 먹기 위해 숙소 앞의 다른 중식당을 찾아간다.

간단히 저녁을 해결하고 침대에 누워 시간을 보낸다. 이틀 동안 편히 잠들지 못한 피곤함이 밀려든다.

칠레에서 온 친구들도 조용한 편은 아니지만 그런대로 괜찮다.

"오늘은 편하게 잘 수 있기를."

내일은 파리의 마지막 날이다. 오전에 레오니와 브런치를 먹고, 루브르 박물관을 구경할 생각이다.

"파리, 프랑스.. 다양성을 갖은 여러 얼굴의 도시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3일 / 맑음
파리
날씨가 좋은 파리의 하루, 파리의 시내를 걷는다.


이동거리
18Km
누적거리
22,462Km
이동시간
4시간 40분
누적시간
1,701시간

 
샹젤리제
 
마들렌사원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파리
 
파리
 
파리
 
 
449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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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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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들어온 2층 침대의 젊은 남자, 밤새 뒤척이는 움직임에 깊이 잠들지 못하여 피곤한 아침이다.

동양인 외모의 남자를 한번 째려주고,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밖으로 나온다.

"유심카드를 구매하고, 그냥 걷자."

숙소를 이틀 연장하고, 밖으로 나와 에펠탑이 있는 공원으로 걸어간다.

에펠탑이 보이는 어느 곳을 가든 몸을 베베꼬고 있는 여자들을 볼 수 있다. 왜 몸을 꼬고 서서 사진을 찍는지는 모르겠지만 우스꽝스럽다.

에펠탑을 지나 앵발라드로 걸어간다. 나폴레옹의 무덤이 있는 전쟁박물관으로 크게 흥미롭지는 않지만 세느강변으로 가는 길목에 있어 그냥 지나간다.

둥근 돔의 첨탑과 넓은 건물의 앵발라드의 외부 모습은 웅장해 보인다.

건너편으로 세느강을 건너는 멋진 다리가 보인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 대리석 기둥의 조각들과 작은 조각상들이 화려한 다리다.

세느강을 건넌다. 산책을 하며 걷기에 좋은 날씨다.

알렉상드르 3세 다리를 건너 그랑팔레 박물관을 지나친다.

사진을 찍어달라 부탁한 동남아시아 남자는 요란한 포즈를 취한다.

멀리 왼쪽으로 개선문의 모습이 보여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돌린다.

"걷자, 걸어서 남주나."

샹젤리제 거리를 걷다 지하철역이 보여 내려간다.

"교통카드가 뭐더라. 나비고!"

파리의 교통카드인 나비고를 사고 싶다고 문의하니 사진이 필요하다고 한다.

"아니 무슨 교통카드에 얼굴을?"

영국도 그렇지만 뭔가 귀찮은 시스템들이 하나씩 있다.

눈으로 보이는 거리의 개선문은 꽤나 멀다. 샹젤리제 거리는 생각했던 분위기와 조금 다르지만 별 관심이 없다.

개선문을 중심으로 사방으로 뻗어나가는 샤를 드 골 광장에 도착한다.

"뭐, 독립문보다 쪼끔 크네."

"내일 자전거 타고 올 걸."

샹젤리제 거리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점심을 해결하며 와이파이를 사용하려고 했지만 역시나 속도가 느려 사용을 할 수가 없다.

아주 느린 속도로 네트워크가 잡히는 보다폰의 데이터 연결이 더 빠르게 느껴질 정도다.

"유심카드를 사야겠어."

프랑스의 통신사 프리 모바일은 레오니와 실비가 추천한 통신사인데, 온라인으로 판매하는 업체라 오프라인 매장을 찾기가 힘들다.

마들렌 사원 주변에 메인 매장이 있어 찾아간다.

작은 공원에 앉아 휴식을 취한다. 햇볕이 좋은 날이라 공원에 앉아 햇볕을 쬐는 사람들의 포즈가 재미있다.

대사관들이 모여있는 거리는 여러 곳이 통제를 하는 탓에 길을 멀리 돌아간다.

마들렌 사원 근처의 프리 모바일 매장에 도착한다.

 

깨끗한 매장 안에는 여러 대의 자동판매기가 놓여있다.

"대충 눌러보까."

1개월, 100기가, 전화나 문자 무제한, 유럽 로밍 25기가에 19.99유로이니 유럽에서 덴마크 다음으로 싼 요금이다.

"좋아, 이걸로!"

"이건 뭐지?"

카메라 번역기로 보니 1개월 한정이 아래 버튼이다.

아무 번호나 고르고.

마지막 결제를 하려니 카드만 가능하고, 요금에 유심카드 비용 10유로가 추가된다.

"잠깐!"

카드에 잔액을 확인하니 잔고가 없고, 선택한 유심카드가 정확한지 알 수가 없다.

밖으로 나와 카페의 와이파이로 어렵게 은행이체를 하고 다시 매장에 방문하여 직원에게 도움을 청한다.

"1개월 동안 유럽에서 사용할 건데, 이렇게 하면 돼?"

마지막 단계의 주소 입력에서 직원은 매장의 주소를 입력해주고 결제를 진행시킨다. 그리고 들고 다니던 태블릿 PC로 무언가를 확인하더니 끝났다고 한다.

"뭐가 끝나? 유심칩 어딨어?"

 

직원은 깜박했다는 듯 판매기 하단에서 유심칩을 꺼내 준다.

"나 참!"

"유심카드는 샀는데."

매장에는 유심 소켓을 오픈할 수 있는 흔한 핀 하나가 없다.

매장 여기저기를 둘러보다 유심칩을 교체하고 있는 여자의 귀걸이를 빌려 유심 카드를 삽입한다.

"됐다. 데이터 만수르!"
 

한국의 네트워크만큼 안정적이지는 않지만 네트워크가 연결되니 속이 시원하다.
"역시, 한국이 최고다."

거리로 나와 마들렌 사원으로 걸어간다.

마들렌 사원의 모습은 이젠 흔해 보이는 유럽의 건물들처럼 보인다.

여러 곳이 공사 중인 사원의 모습보다 계단에 앉아 햇볕을 쬐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연스럽고 편해 보인다.

"햇볕이나 쬐자."

따듯한 햇볕이 좋다.

유럽에서 4개월을 지내다 보니 햇볕을 쬐는 사람들의 심정이 이해가 된다.

오랜만에 사진들을 업로드한다. 여전히 오류 투성이인 티스토리 어플은 사람의 속을 뒤집어 놓는다. 멀쩡한 어플을 업데이트하여 오류 투성이로 만드는 것도 기술인가 싶다.

해가 기울어지고 그늘이 생기며 쌀쌀함이 느껴진다.

"이제 집에 가자."

거리를 걷는 동안 재채기와 함께 목이 간지럽다.

"살마, 감기는 아니겠지?"

코로나 바이러스로 민감한 시기에 재채기를 하며 지내고 싶지는 않다.

"지금은 절대 안 돼!"

루브르 박물관 방향으로 내려오니 넓은 콩코르드 광장이 나온다. 광장의 양편으로 들어선 멋진 분수대가 정지된 상태라 아쉽다.

광장의 중심에는 이집트의 람세스 2세의 사원에서 뽑아왔다는 룩소르 오벨리스크가 솟아있다.

"영국은 관과 벽, 기둥뿌리를 뜯어오고, 프랑스는 탑을 뽑아온 거야?"

광장의 옆으로 뛸르히 가든이 이어진다. 루브르 박물관과 콩코르드 광장을 잇는 커다란 공원이다.

공원에 들어서자 넓은 공원의 중심에 커다란 분수대와 햇볕을 쬐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이것이 프랑스적인 삶인가?"

루브르 박물관에서 숙소까지 걷기가 힘들어 지하철을 타고 갈 생각이다.

영국의 지하철은 마치 지하 건널목처럼 계단이 좁고 허름하다.

자동판매기에서 숙소 근처의 역을 누르니 1.9유로의 요금이 나온다.

일회용 표를 구매하고.

승차장으로 내려간다. 생각보다 작은 플랫폼, 퇴근시간인지 5량 정도의 지하철은 사람들로 가득하고 비좁은 지하철의 내부는 조금 답답하다.

숙소 근처의 역으로 가기 위해 환승을 한다.

5~6분 정도의 운행 텀, 첫 번째 열차는 사람들로 가득하여 승차를 할 수가 없다. 재미있는 것은 사람들이 출입문 쪽에만 가득 들어차 있고 가운데 부분은 비어있다.

"영국 지하철 구리네."

레오니가 서울의 지하철이 깨끗하고 좋다고 했던 말이 이해가 된다.

두 번째 지하철을 타고 숙소 근처의 역에 도착한다. 영국의 지하철은 하차를 할 때는 게이트를 별도로 통과하지 않는 모양이다.

"출출한데."

걷는 것이 귀찮아 한식당을 찾아가니 7시부터 영업을 한다고 한다. 최근 파리에 한국음식이 인기가 있어 숙소 근처에도 한식당들이 제법 들어서 있다.

첫날 저녁을 먹었던 중식당으로 간다.

"고기 먹고 감기를 해치우자!"

숙소에 돌아와 어제 제대로 잠들지 못한 피곤함으로 초저녁 잠에 빠져든다.

조금 소란스러운 소리에 잠에서 깨니, 방을 함께 쓰고 있던 여자와 러시아 남자가 시끄럽게 대화를 하고 있다.

"파리의 룸메이트들은 정말 꽝이네."

숙소의 안마당은 저녁이면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이야기가 하고 싶으면 카페로 내려가 맥주라도 마시면서 떠들면 좋을 텐데 말이다.

밖으로 내려와 맥주 한 잔을 사 마시고 들어오니 두 남녀는 각각의 침대에 누워 잠을 청하고 있다.

"싱거운 아이들이네."

이층 침대의 동양인은 밤늦게 숙소로 돌아온다.

"오늘은 조용하게 자자. 형 피곤하다."

조심스럽지 않은 남자의 행동을 보니 썩 내키지 않는다. 너무 피곤하니 쉽게 잠들지 못하고, 한참을 뒤척이다 기절하듯 잠에 빠져든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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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2일 / 맑음
파리
레오니, 레오니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로 한 날, 아침 일찍 레오니를 만나 파리를 산책한다.


이동거리
0Km
누적거리
22,444Km
이동시간
0시간 0분
누적시간
1,696시간

 
뤽상부르공원
 
세느강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파리
 
파리
 
파리
 
 
43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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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레오니와의 약속 시간에 맞춰 잠에서 깨고 간단히 아침을 해결한다.

"시계가 고장 난 거야?"

구름이 낀 흐린 날이지만 바람이나 비는 내릴 것 같지 않다. 약속 시간에 맞춰 레오니의 집으로 간다.

한적한 도시의 아침, 프랑스의 삶이 궁금해진다.

도로와 인도가 좁은 프랑스의 골목들은 걷기에 약간의 불편함이 느껴질 정도다.

레오니가 내려오는 동안 프랑스 아파트의 모습들을 구경한다.

레오니와 함께 파리의 거리를 걸어간다.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장소는 시테섬 근처의 레스토랑이다.

대화를 하며 레오니와 함께 걷는다.

"레오니, 레오니다!"

시테섬에 이르기 전 뤽상부르 공원에 도착한다. 넓은 공원의 풍경이 마음을 시원하게 만든다.

"서울에는 이런 공원이 없어."

"있어요. 낙성대 공원. 전 낙성대 공원이 좋아요."

평범했던 공원은 중앙 분수대를 중심으로 시원한 풍경이 펼쳐진다.

"좋다."

공원 주변의 오래된 건물보다 분수대 주변에 놓인 철재 의자들이 재미있다.

"햇볕 쬐기용이군."

"레오니, 잠깐 앉았다 가자."

시간의 한가로움이 느껴진다.

레오니와 이런저런 대화를 하고, 레스토랑의 예약 시간에 맞춰 시테섬을 넘어간다.

노틀담 성당이 있는 시테섬의 세느강변에는 중고서적을 파는 노점들이 들어서 있다.

그리고 알 수 없는 커다란 구조물이 하늘 높이 치솟아 있는 거리를 지나 레오니의 친구들과 만나기로 한 식당에 도착한다.

레오니의 친구 제시카, 살로메 그리고 한국의 교환학생 정원과 함께 점심을 한다.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정원이 있어 대화의 어려움은 없고, 레오니와 살로메도 한국에서 일년동안 생활한 터라 소통할 수 있을 만큼의 한국어를 구사한다.

김춘자나 펄시스터즈의 노래를 좋아한다는 살로메의 취향이 흥미롭다. 20대 초반의 상큼함들을 갖은 아이들이다.

2시에 수업이 있는 레오니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나며 오후 시간의 공백을 살로메와 정원에게 부탁을 한다.

난데없이 예쁜 여인들과 파리를 걷게 생겼다.

살로메, 정원과 함께 시테섬과 루브르박물관 그리고 콩코르드 공원을 걷기로 한다.

세느강을 따라 루브르 박물관으로 향한다. 세느강변 중고서적을 파는 노점에는 아주 오래된 양장 서적들과 독특한 그림들이 많다.

"어쨌든 누군가와 함께 걸으니 좋네."

영어와 한국어, 프랑스어로 대화를 하는 살로메와 정원, 친절하게 대화의 내용을 설명해 주는 정원의 수고로 산책의 시간이 즐겁다.

루브르 박물관에 도착한다. 사각형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지나 유리 피라미드가 있는 광장으로 들어선다.

"뭐가 이렇게 커?"

심플했던 대영박물관과 달리 루브르 박물관은 외관의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롭다.

건물을 따라 세워진 인물들의 조각상들이 이채롭다.

"이게 하루만에 관람이 가능해?"

"절대 불가!"

세느강 근처에 있는 도서관에 들렀지만 어떤 행사가 있는지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도서관을 쓸데없이 멋지게 지어놓고 그래"

살로메, 정원과 함께 작은 카페에 들러 차를 마시고, 수업이 있는 살로메는 손을 흔들며 먼저 자리에서 일어선다.

정원과 함께 오랫동안 대화가 이어진다. 조금 무겁지만 대화의 즐거움이다.

6시가 가까워지고, 영업을 마치는 카페를 나선다. 숙소까지 안내를 하겠다는 정원과 파리의 저녁거리를 걷는다.

숙소까지 안내를 한 정원과 헤어지고, 시간이 지나 어떤 사람으로 살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친구다.

"다시 만날 날이 있기를."

숙소에 누워 휴식을 취하다 밖으로 나온다.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없고, 데이터도 끊겨진 상태라 답답하고 약간의 허기도 느껴진다.

숙소 주변에 있는 한식당에 찾아간다.

10시가 각가워진 시간인데, 식당은 조금 시끄러울 만큼 어수선한 분위기다. 다른 테이블에서 들려오는 한국어가 소음처럼 느껴진다.

너무 비싸지만 소주 한 병을 주문한다. 왠지 약간의 취기가 필요한 느낌이 든다.

정원과의 대화가 지난 시간에 대한 아쉬움을 불러일으킨 모양이다.

도무지 알 수 없었던 20대의 혼란, 나는 지금 스무 살의 강을 이제서야 건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이와 현재의 시간이 너무나 좋아. 힘들었지만 고마웠다. 나의 스무 살, 안녕!"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1일 / 바람
파리
파리의 둘째날, 사르트르를 만나기 위해 산책을 하고 레오니와 저녁을 먹기로 한다.


이동거리
8Km
누적거리
22,444Km
이동시간
1시간 20분
누적시간
1,696시간

 
사르트르
 
레오니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파리
 
파리
 
파리
 
 
431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00기가 20유로
・전력전압 
◦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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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증9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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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함에 잠을 떨치기가 쉽지 않다. 호스텔의 조식으로 아침을 해결하고 다시 침대로 들어간다. 일기예보와 달리 비는 내리지 않지만 제법 쌀쌀한 느낌이다.

"뭘 하지?"

구글맵으로 파리 시내를 검색하다 선잠에 빠져든다.

자전거로 파리 시내를 구경할 생각이다. 루브르 박물관 같은 관광지는 프랑스 패스를 구매한 후 남은 이틀 동안 관람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일단 빨래를 좀 하자."

숙소 근처의 빨래방으로 간다. 역시나 빨래방 이용도 처음 해보는 것이다.

천천히 사용 설명을 읽고.

"여기다 돈을 넣으란 말이지!"

세제도 하나 사고.

그동안 묵은 할아버지 냄새가 나는 옷들을 세탁한다.

세탁 시간 동안 숙소로 돌아가 자료들을 정리하다 포기한다. 와이파이가 너무 느려서 쓸 수가 없다.

세탁이 끝나고 뭔가 이상하다. 건조가 되지않은 세탁물들은 물기가 남아있어 축축하다.

"건조기가 따로 있나?"

빨래방을 둘러보고 뭔가 모양이 다른 커다란 머신을 확인하고, 세탁기를 사용했던 방법으로 건조기를 돌린다. 세탁과 건조를 하는데 8유로 정도의 가격이다.

레오니의 집에서 저녁을 먹기로 한 시간은 7시, 날씨가 좋아 자전거를 끌고 사르트르의 묘지가 있는 몽빠흐나쓰 묘지공원으로 간다.

맑은 하늘과 달리 바람이 차고 강하게 불어오는 날이다.

"다른 곳은 못가겠다."

맥도널드에 들러 점심을 먹고 와이파이를 사용하려고 하니 역시나 속도가 느려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 프랑스 자체의 네트워크가 좋지 않은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몽빠흐나쓰 묘지공원 근처에 꽃집을 발견하고 안으로 들어가니 동양인 여자가 한국 사람인지 조심스럽게 묻는다.

"장미꽃 한 송이를 사려고요."

3유로의 장미 한 송이, 현금이 없어 카드 결제가 어렵다는 답변에 레오니에게 줄 베고니아 화분을 함께 구매를 한다.

몽빠흐나쓰 묘지공원은 한적하다. 자전거를 묶어두고 지도를 확인하니 입구 바로 옆에 사르트르의 묘가 있다.

묘지를 방문하다 사르트르의 묘를 보고 구경을 하는 사람들이 떠나기를 기다리고,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를 마주한다.

묘에는 기차표와 함께 꽃들이 올려져 있고, 묘비에는 많은 립스틱 자국들이 알록달록 찍혀있다. 아마도 인간의 삶을 기차표 없는 무임승차라고 비유했던 사르트르 말 때문인 듯싶다.

붉은 장미와 여행자 명함,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기차표 한 장을 올려놓는다.

"카뮈도 그렇고 기차표가 사연이 많네."

"어디로 가는지는 나도 몰라. 아마 우리 자신을 향해서겠지. 산과 강의 저편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오레스트와 엘렉트르가 있어. 그들을 열심히 찾아야만 해. (장 폴 사르트르-파리떼)

Je ne sais pas ; vers nous-m mes. De l'autre c t des fleuves et des montagnes il y a un Oreste et une Electre qui nous attendent. Il faudra les chercher patiemment. (Jean-Paul Sartre-Les Mouches)"

"땡큐, 사르트르! 메르시 보부아르!"

벤치에 앉아 시간을 보내고 숙소로 돌아온다.

레오니에게 줄 베고니아 꽃을 들고 돌아오는 길은 거세게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험난하다. 붉게 피어오른 꽃잎이 다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길을 따라간다.

숙소에 돌아와 잠시 쉬는 사이 6시가 넘어간다. 카시아의 책과 함께 꽃을 들고 레오니의 집으로 간다.

숙소에서 10분 거리, 레오니가 알려준 주소에 도착한다.

"레오니, 나 왔어."

환하게 웃는 레오니의 웃는 얼굴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뒹케르크에서 잠시 마주친 사이지만 오랜 친구를 만난 듯 정겨운 인사를 하고, 레오니는 함께 입구에 있던 남자와도 인사를 한다.

"어, 누구?"

함께 저녁식사를 하기로 한 레오니의 친구 레미다.

내년에 자전거 여행을 하고 싶다는 레미와 대화를 하는 동안 레오니의 학교 친구 실비가 도착한다.

한국에서 잠시 생활을 했다는 실비는 대화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한국어를 한다. 귀여운 동양의 외모를 갖은 실비는 꽤나 쿨한 성격의 매력이 느껴진다.

실비의 통역으로 대화가 이어지고, 레오니는 저녁식사를 위해 시장을 봐왔다며 비빔밥과 된장국을 준비한다.

레미가 가져온 와인과 함께 레오니의 비빔밥으로 즐거운 식사를 한다.

도시건축이 아닌 도시관리를 전공하는 레오니와 실비, 법을 공부하는 레미의 대화는 길게 이어진다. 모두가 각자의 매력을 갖은 친구들이다.

여행을 하며 언어의 문제가 큰 어려움은 없지만 이럴 때는 언어의 장벽이 아쉽게 느껴진다.

11시가 넘도록 이어지던 시간을 뒤로하고 레오니, 실비, 레미와 헤어진다.

내일은 레오니와 거리를 산책하고 친구들과 점심을 먹기로 한다.

"좋은 날이다."

 

 

Trak 정보

GPS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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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70일 / 맑음
레브뢰-베르사유-파리
프랑스 파리로 들어간다. 많은 국가의 도시들을 지나쳐왔지만 파리로 향하는 마음은 남다르다."


이동거리
105Km
누적거리
22,436Km
이동시간
8시간 08분
누적시간
1,695시간

 
D11도로
 
세느강
 
 
 
 
 
 
 
85Km / 5시간 55분
 
20Km / 2시간 13분
 
에브뢰
 
베르사유
 
파리
 
 
423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00기가 2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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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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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 알람, 잠자리를 털고 일어난다. 가끔씩 오가는 기차소리가 시끄러웠지만 드라이한 잠자리는 나름 쾌적하고 좋았다.

레오니는 아침부터 여러 가지 계획들을 알려준다. 자신의 한국어 선생님도 만나자 하고, 친구들도 만나자며 제안을 하고, 집으로 초대까지 한다.

"뭐든 좋아!"

파리까지 100km 정도의 거리다. 유럽에 들어서 일조시간과 흐린 날씨 때문에 한동안 달리지 못한 100km의 라이딩 거리다.

9시 반, 파리로 향한다.

"오늘은 펑크만 나지 마라!"

도로를 따라 이어지던 무난한 길, 구글맵은 오늘도 평야의 흙길로 길을 안내한다.

"시간 없다."

구글맵을 무시하고 도로를 따라가는 동안 내비게이션은 끝도없이 유턴과 좌회전을 안내한다.

"고만해. 안 갈 거야!"

작은 시골 마을을 지나며 구글맵은 느닷없이 산을 향해 우회전을 안내한다.

"싫다!"

이리저리 도로를 벗어나는 길을 안내하는 네비게이션 때문에 방향감을 잃고, 새로 잡은 경로를 따라가니 평야의 흙길이 나온다.

200미터쯤 자전거를 끌고 가다 길을 되돌아온다.

"지뢰 찾기도 아니고."

지도를 확인하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완전히 무시하고 이정표를 따라 도로를 따라간다.

마을을 벗어나자 하늘이 열린다. 넓은 평야와 하늘, 시야의 밑으로 마을들의 모습이 펼쳐진다.

"언제 이렇게 높이 올라왔지?"

언덕과 산을 오르내리며 길은 이어진다. 밋밋한 평지의 라이딩보다 무료하지 않지만 쉬운 라이딩은 아니다.

땀이 차오르고, 페달을 밟는 힘이 떨어져 간다. 작은 마을들을 지나치고, 마을들의 분위기가 조금씩 달라진다. 나무와 흙으로 지어진 형형색색의 집들은 돌과 흙으로 지어진 집들로 변해간다.

오르막과 오르막, 허기가 밀려든다.

"콜라도 떨어지고."

월요일이지만 작은 시골마을들을 지나쳐가는 도로변에는 쉬어갈 곳이나 음식점이 없다.

패니어에 남은 빵과 비스킷으로 허기를 달래고, 내비게이션의 경로를 차량용 경로로 설정을 한다. 차량 통행이 많지않고, 자전거 도로가 있어 위험하지 않을 것 같고, 쓸데없이 흙길로 안내하는 엉뚱한 짓도 하지않을 것이다.

오르막의 숲길을 넘어간다. 파리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베르사유의 궁전을 지나치는 경로다.

"베르사유 궁전?"

휴무일을 알리는 네비게이션의 안내가 못내 아쉽지만 궁전의 외곽이라도 바라볼 생각을 베르사유로 향한다.

4시, 좀처럼 줄어들 것 같지 않던 100km의 거리도 베르사유의 궁전에 도착하며 파리까지 20km 정도만을 남겨놓고 있다.

"아직 살아있네."

베르사유의 궁전은 생각보다 규모가 크고, 그 모습도 예사롭지 않을 만큼 화려한 모습이다. 내비게이션의 안내처럼 휴무일인지 드문드문 출입구를 나서는 사람들의 모습뿐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가 없네."

 

베르사유를 시작으로 거리는 도시의 풍경으로 바뀐다. 차량들의 흐름이 복잡하지만 자전거 도로가 이어져 있어 큰 어려움은 없다.

한 시간 정도의 라이딩, 파리 시내의 좁은 도로는 뭔가 혼란스럽지만 나름의 규칙이 있는 듯하다.

"이런 무질서의 질서가 좋아!"

다시 만난 세느강의 모습은 조금 황량한 느낌이지만 영국의 템즈강에서 경험으로 크게 실망스럽지는 않다.

"어떻게 강변에서 피크닉을 한다는 거지?"

여유롭게 햇볕을 즐기는 사진이나 그림 속의 모습이 그려지지 않는다. 하지만 4개월 동안 경함 한 유럽의 날씨를 생각하면 강변에서의 피크닉이 그저 한가로운 시간의 여유만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따듯한, 청명한, 부드러운 계절의 햇볕이 귀한 동네다."

세느강을 건넌 후 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도로, 에펠탑을 향해간다. 낯선 도시의 풍경 속, 기분 좋은 호기심의 흥분감이 느껴진다.

멋진 조각의 다리들을 하나, 둘 지나치고 멀리 에펠탑의 실루엣이 눈에 들어온다.

에펠탑을 향해 페달을 밟는 동안 작은 공원 위로 파리 자유의 여신상이 보인다.

"내일 보는 것으로!"

"드디어 왔다!"

10년이나 늦어버렸지만 파리에 도착한다. 의지와 상관없이 제멋대로 흘러버린 10년의 시간이 마음 한구석으로 아리게 전해진다.

"야, 사실은 너무 아픈 시간이었어!"

강변에 앉아 버리지 못했던 지난 시간의 찌꺼기들을 흘려보낸다.

 

삶의 선택에 후회는 없다. 어떠한 선택의 과정에도 나름의 이유는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자신의 전부를 담지 못하는 시간의 무력감과 괴리된 자신과의 거리, 나에게서 분리되어 가는 나를 바라보는 시간은 너무나 참혹했다.

"너무 늦어서 미안하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너무 늦어버렸지만, 그때의 열망도 이제는 사라져 버렸지만 괜찮다.

"이렇게 왔잖아, 그럼 된 거야!"

에펠탑은 생각보다 작고 단순하다. 숙소로 향한다.

파리의 느낌은 자유분방하다. 제멋대로의 모습처럼 보이지만 자신만의 고집을 갖은 자유주의자처럼 보인다.

"마음에 들어. 게으른 나에게 딱이야!"

에펠탑에서 멀지 않은 호스텔을 찾아간다. 어려움 없이 체크인을 하고, 자전거를 보관할 장소를 문의한다.

"안 돼. 안쪽에 보관하고 싶어. 런던에서 자전거를 잃어버려서 힘들었어."

매니저와 상의를 한 직원은 호스텔의 안쪽에 공간을 만들어준다.

샤워를 하고, 세탁을 할 수 있는지 묻자 호스텔 근처의 빨래방을 알려준다.

"빨래방이라."

저녁을 먹기 위해 맥도널드로 향하다 중국음식을 파는 식당에 들러 밥과 고기반찬으로 저녁을 해결한다. 맥도날드 보다 약간 비싸지만 나름 괜찮은 식당이다.

"추운데 왜 밖에서."

숙소에 돌아와 맥주 한 잔을 주문하고, 맥주 한 잔에 8유로나 한다. 달콤한 호가든의 맛이 좋다.

숙소의 와이파이가 거의 사용을 할 수가 없을 정도로 약하다.

"다 좋았는데, 아쉽네."

레오니는 비가 예보된 내일의 산책을 미루고, 저녁에 만나 식사를 하자고 한다. 파리의 모습이 궁금하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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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69일 / 비
뽕 오드메흐-르 뇌브흑-에브뢰
계속되는 비로 인해 어려움은 이어지지만, 어지럽던 영국 여행의 피로가 조금씩 사라진다.


이동거리
76Km
누적거리
22,331Km
이동시간
5시간 54분
누적시간
1,686시간

 
D39도로
 
D39도로
 
 
 
 
 
 
 
40Km / 2시간 54분
 
36Km / 3시간 00분
 
뽕오드메
 
르뇌브흑
 
에브뢰
 
 
318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00기가 20유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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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구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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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시 반, 빗소리에 잠에서 깬다. 그리고 다시 잠이 든다. 두 번째 알람에 다시 깨었지만 잠을 떨칠 수가 없다.

어젯밤 배안에서 새우잠을 잔 탓인지, 우중 라이딩의 피로까지 겹쳐 피곤한 모양이다. 오늘 100km 정도를 가려면 서둘러야 하는데 일어나기가 쉽지 않다.

"자자."

10시, 잠을 떨칠 수가 없다. 정말 이상할 정도로 피곤하다. 비가 멈춘 것을 확인하고 힘들게 몸을 일으킨다.

"오늘 멀리까지 가야 하는데 틀렸네."

짐들을 정리하고 파리로 향한다. 측면에서 바람이 불어오는 날씨다. 오늘 같은 날은 뒤에서 밀어주면 좋을 텐데 아쉽다.

첫 번째 작은 마을에 도착, 비가 내리지 않으니 쉽게 땀이 차올라 겨울 져지를 벗어낸다.

"이제 하나씩 벗을 계절이구나. 좋다!"

시골 마을의 집과 골목은 여전히 마음을 끌어당긴다. 중국, 러시아, 카자흐스탄, 핀란드, 스웨덴의 집들처럼 프랑스 시골의 집들도 참 마음에 든다.

집을 지으라면 북유럽의 집들처럼, 가게를 꾸미라면 프랑스의 집들처럼 짓고 싶다.

버스 정류장에서 잠시 쉬어간다.

"겨우살이가 맞는데!"

솜뭉치처럼 자라는 나뭇가지가 정말 재미있는 모양이다.

작은 마을을 벗어나자 구글맵은 숲으로 향하는 오솔길로 길을 안내한다.

"오늘은 안 속아! 멀리 가야 한다고."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국도를 따라 이동한다. 한적한 도로를 놔두고 자꾸만 좌회전과 유턴을 하라는 구글맵이다.

"싫다!"

다시 마주친 갈림길, 포장이 된 자전거 도로지만 잠시 고민을 하고 이번에도 도로를 따라간다. 자전거 도로가 계속 이어져 있을지 알 수가 없고, 한적한 국도를 따라가는데 불편함이 전혀 없다.

독일에서부터 보이던 굵은 갈대의 정원수는 한 그루 뽑아가서 마당 한켠에 심어놓고 싶다.

언덕과 오르막이 이어지는 도로, 멀리 시작되는 작은 마을의 분위기가 예사롭지 않다. 예쁜 집들 사이로 아주 오래된 성처럼 높이 치솟은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성인가?"

예쁜 레스토랑들이 들어서 있는 작은 골목, 수도원처럼 보이는 곳의 오래된 첨탑이 이색적이다.

"갈 길이 바쁜데, 마구 발길을 붙잡는구나."

 

종탑처럼 보이는 이색적인 건물은 그 용도가 궁금하다. 넓은 수도원을 산책하면 좋을 것 같지만 시간이 아쉽다.

"그림 같은 숲 속의 작은 마을이네."

오르락내리락, 마을과 평야를 지나쳐 간다.

잠시 쉬어가려던 찰나 당나귀와 작은 말이 우리 안에서 풀을 뜯고 있다.

"야, 프랑스 말!"

호기심이 많은지 당나귀가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잠시 후 시크했던 말도 천천히 다가온다.

나의 발걸음을 쫒아오는 당나귀, 관심 없는 척 한참 후에 다가오는 시크한 말이다.

 

"야, 넌 성격 바꿔!"

말과 당나귀와 노느라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오늘 멀리 가기는 틀렸어."

다시 작은 타운을 지나치는 길에 그놈이 나를 유혹한다. 아무래도 나는 유혹에 약한 남자인가 보다.

"너 때문이 아냐! 그저 오래된 타운의 모습이 궁금해서 그런 거야."

타운의 중심에 오래된 성당이 세워진 조용한 마을이다.

맥도널드에 들러 늦은 점심을 해결한다.

"오늘은 에브뢰까지 가야겠네."

도로를 벗어나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달려간다. 뽕 오드메흐에 가까워지며 길은 숲 속 공원을 따라 이어지고,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이러지 말자!"

산책을 하는 사람들과 인사를 하며 공원길을 따라가고, 에브뢰 시내에 들어섰지만 높은 언덕 위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내려갈 방법이 없다.

"뭐야? 이 길은!"

산책로를 끝까지 돌아 마주한 출구, 에브뢰의 외곽을 한 바퀴 돌고야 말았다.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 시내로 들어가고, 에브뢰 대성당의 모습에 발길이 멈춘다.

입구로 들어가니 특별히 매표소 같은 것이 없다.

"그렇다면 잠시 구경!"

성당을 구경하는 사이 빗줄기는 여름 장대비처럼 내린다. 레인 팬츠를 꺼내 입고 야영지를 찾아 나선다.

늦어진 라이딩 속도에 미쳐 에브뢰 근처의 야영지를 검색하지 못한 상태, 시내를 벗어나기 전 KFC에 들러 햄버거를 포장하고 야영지를 검색한다.

7km 정도 떨어진 곳에 작은 숲이 보이지만 어둠이 내려앉기 시작한 시간, 비를 맞으며 가기에는 왠지 싫다.

"일단, 고!"

에브뢰 외곽의 교차로, 기찻길 옆 교각 밑이 좋을 것 같다.

"시끄러워도 비보다는 낫다."

교각 위로 차량들이 지나가고, 교각 밑으로 종종 기차가 지나가지만 비를 피할 수 있으니 그 보다 좋은 곳이 없다.

"얼마만의 마른땅이냐?"

텐트를 펼치고, 파리의 레오니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파리에서의 시간을 위해 무언가를 준비하느라 정성이 가득하다.

"좋아, 내일 100km 달린다."

파리 레오니 집 근처에 숙소를 예약하고, 경로를 확인한다.

"기다려라. 파리!"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8일 / 비
영국 포츠머츠-프랑스 르아브르-옹플뢰르-뽕 오드메흐
다사다난했던 영국의 여행을 마치고 프랑스로 떠난다. 파리, 에펠탑, 포도주, 바게트와 크루아상 그리고 알베르토 카뮈와 장 폴 사르트르.


이동거리
242Km
누적거리
22,255Km
이동시간
7시간 29분
누적시간
1,681시간

 
페리
 
D108도로
 
 
 
 
 
 
 
170Km / 7시간 00분
 
72Km / 7시간 30분
 
포츠머츠
 
르아브르
 
뽕오드메
 
 
242Km
 
 

・국가정보 
프랑스, 파리
・여행경보 
-
・언어/통화 
프랑스어, 유로(1유로=1,2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100기가 20유로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9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33-6-8028-5396

 

넓고 안락한 좌석이지만 잠을 자기에는 불편함이 있다. 밤새 뒤척거리며 새우잠을 자고, 도착 1시간 반 전에 찌뿌둥한 몸을 일으킨다.

"아, 피곤해."

화장실에서 세안과 양치를 하고, 천천히 르아브르 항구로 들어가는 모습을 바라본다. 날씨가 흐린 탓에 선상 위의 일출은 볼 수 없다.

"왔다. 프랑스!"

입항 안내가 나오고 화물칸으로 내려가 문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천천히 화물칸의 문이 열리는 동안 몇몇 사람들이 화물칸으로 내려와 하선을 기다린다.

"왜, 여기서 하선을 하지?

잠시 후 셔틀버스가 배안으로 들어와 기다리던 승객들을 태워서 떠난다. 공항에서나 운행되는 셔틀버스 시스템이 페리에서도 운행되니 편해 보인다.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하선을 하고, 게이트로 이동을 한다.

영국 포츠머스를 떠날 때 짐 검사만을 하고, 국경을 통과하는 특별한 절차가 없었는데, 르아브르 항구의 게이트에서 입국 확인을 한다.

여권을 잠시 확인하더니 이내 입국도장을 찍어준다.

"어제 블렉시트가 실행됐는데, 입출국 절차도 까다로워지겠네."

잠시 됭케르크을 지나쳤던 첫 번째 입국, 그리고 르아브르의 두 번째 프랑스 입국이다.

"프랑스를 달려 볼까!"

레오니가 추천했던 르아브르를 잠시 구경하기 위해 르아브르 해변으로 찾아간다.

깔끔한 자전거 도로, 무엇보다 우측통행을 하는 도로 환경이 너무나 편하고 좋다.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면 차량들이 정차를 하여 양보를 해주는 운전자들의 매너가 낯설게 느껴질 정도다.

"대체 영국만 왜 그런 거야?"

영국 방향의 회색빛 하늘과 달리 르아브르의 하늘은 남다르게 맑다.

"탈출을 한 기분은 뭘까?"

르아브르 시내의 오래된 성당은 공사 중이라 그 모습을 볼 수가 없고, 하늘 위로 치솟은 첨탑이 궁금하여 성 요셉 교회로 이동을 한다.

"독특하긴 한데, 뭔가 답답하다."

르아브르 해변으로 이동한다. 이른 아침부터 조깅을 하거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꽤 넓은 르아브르 해변은 몽돌들이 깔려있는 해변이다.

둥글둥글 매끄러운 돌들의 모양이 담아가고 싶을 만큼 예쁘다.

몽돌 해변에 앉아 잠시 바라를 바라보고 르아브르의 시내로 이동한다. 깔끔한 도로와 일직선으로 뻗어있는 도로가 편하고 좋다.

"아, 살 것 같아!"

그동안 영국의 도로를 달리며 쌓인 스트레스가 상당한 모양이다.

맥도널드에 들린다. 자물쇠를 잠그는 동안 젊은 남자가 다가와 인사를 하고, 거리에 자전거를 놓을 때 도난을 조심해야 한다고 알려준다.

"그래, 안 그래도 거하게 경험하고 왔어."

우리처럼 과하다 싶을 만큼의 자동차 생활 문화를 갖은 영국에서 왜 자전거 도둑이 그렇게 많은지 이해할 수 없다.

"감자튀김은 영국이 낫고, 햄버거는 프랑스가 훨씬 맛있군!"

파리로 향하는 경로를 결정한다. 오늘은 프랑스의 도로에 적응을 하며 천천히 이동을 하려고 한다.

세느강의 끝, 바다와 만나는 세느강을 건너 옹플뢰르라는 작은 마을에 독특한 모양의 교회가 있다. 파리와 반대 방향이지만 4km 정도의 거리라 들러볼 생각이다.

르아브르 시내의 건물들, 프랑스의 집들의 모양과 색이 예사롭지 않다.

좁은 골목에도 자전거 도로가 잘 갖춰져 있어 길을 찾고 이동하는데 불편함이 없다.

"누가 그랬지? 프랑스 운전자들이 거칠다고."

프랑스 운전자들이 거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르아브르의 도로에서 만나는 차량들은 너무나 매너가 좋다.

"프랑스의 집들, 왠지 끌린다."

뭔가 투박해 보이면서도 독특한 매력이 있는 프랑스의 집들이다.

세느강으로 가는 자전거 도로를 달리는 동안 높은 아치형의 다리가 눈에 들어온다.

"설마?"

설마는 늘 그렇다. 유료로 운영되는 다리인 것 같지만 자전거는 별도의 제재도 없고, 자전거 도로도 잘 안내되어 있다.

배가 드나드는 강의 하구임을 감안하더라도 아치의 경사도가 심하게 높은 다리다.

"이 정도면 거의 산을 넘는 수준인데."

자전거 도로를 따라 다리를 오르다 측면에서 불어오는 강풍 때문에 인도로 들어가 다시 다리를 오른다.

"아쉬, 끌자!"

다리의 정상으로 올라갈수록 바람의 강도도 거세져서 페달을 밟기가 힘들다. 술에 취한 사람처럼 휘청거리며 자전거를 끌고 오른다.

"프랑스 사람들도 못 보고 살 것 같은 세느강의 끝을 보네."

다리를 건너자 자전거 도로는 도로와 분리된다. 한산한 시골길을 달려 옹플뢰르로 간다.

작은 어촌마을의 항구, 정감 있는 편안한 풍경에 마음이 녹아든다.

"좋다."

 

자전거를 끌고 교회가 있는 곳으로 가는 동안 중국인으로 보이는 관광객들의 모습이 많이 보인다.

"유명한 곳인가? 왜 이런 시골까지 구경을 왔지?"

배들이 정박된 내항의 주변을 보니 관광객들의 모습이 이해가 된다. 알록달록한 색으로 이어진 오래된 집들의 모습이 꽤나 매력적이다.

벽돌길의 주변으로 레스토랑들이 이어지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표정이 한가롭다. 편안했던 마음이 조금씩 바빠지기 시작한다.

"아주 좋았는데. 관광지였어!"

아기자기한 골목들에는 선물가게들과 레스토랑들이 이어진다. 도심 속의 유명 관광지보다는 조용한 편이고, 현지인들의 생활 모습도 자연스러워 친숙하게 느껴진다.

"목조 건물인가?"

배를 만들던 기술로 지붕을 만들었다는 오래된 성당의 모습은 인상적이지만 특별함은 없어 보인다.

성당의 모습보다 주변의 골목들과 레스토랑 그리고 아트상품을 파는 갤러리의 풍경이 아담하고 마음에 든다.

성당의 주변을 둘러보는 동안 성당 주변의 노점에서 통닭구이를 발견한다.

"오.. 오!!!!"

가격을 물어보니 아주머니와 아저씨는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는 모양이다. 젊은 남자에게 다시 가격을 물으니 불어로 뭔가를 말하고 종이 봉지에 통닭을 담고 저울 위에 올려놓는다.

"아니, 얼마냐고?"

불어로 계속 떠드는 남자에게 핸드폰의 계산기를 보여주니 16을 찍는다.

"16유로!!! 너무 비싸."

크기를 감안하여 10유로 정도만 돼도 사 먹으려고 했는데 비싸도 너무 비싸다.

작고 예쁜 골목들을 구경하고, 레스토랑이 들어선 내항의 거리로 내려간다.

레스토랑들 마다 사람들이 가득하다. 메뉴당 16~20유로 정도의 가격도 문제지만 여러 가지 메뉴를 선택하고, 절차가 복잡한 프랑스 레스토랑의 난감함이 더 문제다.

"괜히 통닭을 봤어. 배고프잖아!"

마을의 다른 편을 구경하는 사이 빗방울이 떨어진다.

"날씨만은 프랑스도 다를 게 없군."

쉬어 가고 싶은 마음이 든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호텔을 검색하니 최저가 호텔이 80유로다.

"그냥 가자!"

왔던 길을 따라 파리로 향한다. 세느강을 따라 이어지는 강변도로를 달리는 동안 비줄기가 거세진다.

"저걸 넘어왔다는 말이지."

패니어에 들어있는 도넛으로 허기를 달랜 후, 레인 팬츠를 꺼내 입고 윈체스터에서 산 고무장갑도 개시를 한다.

차량의 통행이 없던 강변도로의 상태는 울퉁불퉁 말이 아니지만 질퍽한 흙길로 바뀌지 않은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세느강변을 벗어난 도로는 작고 조용한 시골 마을들을 지나쳐가고.

"이 나무는 뭐야? 솜뭉치를 달아놓은 것 같네."

참나무 같은 것에 기생하며 자라는 겨우살이 같은데 잘 모르겠다. 약재로 쓰는 겨우살이를 채집하기 위해 험난한 오지 산골로 들어가는 약초꾼들을 텔레비전으로 가끔씩 봤는데, 저것이 겨우살이라면 프랑스에 지천으로 깔려있으니 굳이 오지 산골로 들어가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시골마을들을 지나 길은 도로로 이어진다. 자전거 도로가 없는 도로에서 프랑스 사람들의 운전 매너가 궁금해진다.

더욱 굵어지는 빗줄기, 오늘도 모든 것이 젖어 들어 축축하다. 프랑스 사람들의 운전은 소문과 달리 매너가 좋다. 속도를 줄이거나 멀리 돌아 지나쳐 가는 차량들 덕에 도로 라이딩의 어려움이 전혀 없다. 핀란드 운전자들의 점수가 100점이라면 90점 이상은 될 것 같다.

한국과 영국의 운전자들은 한 30점 정도, 인도나 동남아시아는 아직 경험하지 못했으니 지금까지는 최악의 운전 문화다.

오늘의 목적지로 생각한 뽕-오드메흐를 4km 정도 남기고 구글맵은 도로를 벗어나라고 안내한다. 마침 오르막이 시작되는 도로라 오솔길의 초입이 약간 불안하지만 구글맵의 안내를 따라간다.

"널 믿은 내가 바보지!"

오솔길의 초입을 벗어나면 작은 천변을 따라 도로가 이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길은 질척거리며 미끄러지는 흙길이 계속된다.

"이대로 3km면 여기가 지옥이다."

진흙길에 미끄덩 넘어지고 난 후 자전거를 끌고 가보지만 미끄러지기는 신발도 마찬가지다. 진흙으로 더러워지는 신발과 유니크 아이템 고무장갑, 그리고 난장판이 돼가는 자전거와 패니어들.

불행 중 다행으로 길은 2km 정도를 지나고 딱딱한 흙길로 바뀌지만 큰 의미는 없다. 이미 엉망진창이다.

뽕-오드메흐의 시내는 아주 작다. 작은 영화관을 지나 시내의 중심 광장에 도착한다.

작은 분수들이 바닥에 설치된 광장의 주변으로 프랑스의 예쁜 집들이 들어서 있고, 레스토랑의 노천카페에는 사람들이 맥주를 마시고 있다.

"비 오는 날 자전거 타고 여행하는 사람 처음 봐요?"

사람들의 시선이 모여든다. 분수로 걸어가서 고무장갑과 신발에 묻은 흙들을 씻어낸다.

"따듯한 커피 한 잔 마시고 싶네."

한기가 밀려들기 시작하지만 날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시간이라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배고프다. 슈퍼마켓이 어디에 있나?"

슈퍼마켓을 검색하다 슈퍼마켓 근처의 맥도널드를 발견한다. 맥도널드에 가서 허기를 채우고, 슈퍼마켓에서 비상식을 산 뒤 야영지를 찾으면 좋을 것 같다.

"일단, 여기 어디에 성당이 있던데."

자전거를 끌고 성당이 있는 곳으로 간다. 작은 수로가 흐르는 뽕-오드메흐의 거리는 아담하고 예쁘다.

"프랑스 시골 도시들은 다 관광지야?"

오래된 성당의 모습보다 도로변 집들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온다. 삐뚤삐뚤 세워진 암스테르담의 집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조금 더 투박해 보이는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들의 색과 모양이 독특하고 예쁘다.

프랑스의 집들은 자줏빛 붉은 와인처럼 도도하기도 하고, 때로는 형형색색의 작은 들꽃처럼 투박한 멋이 있다.

"마을들이 정말 예쁘다."

시 외곽에 있는 맥도널드에서 허기를 채우고, 대형 슈퍼마켓으로 간다.

슈퍼마켓에 들어서자 첫눈에 들어오는 전기구이 통닭, 괜히 햄버거를 먹었나 싶다.

햄버거와 물, 콜라, 고무 밧줄 등을 사서 나온다.

하루 종일 괴롭히던 빗줄기가 멈추고 붉은 석양빛이 물들어 간다.

"정말 얄궂은 날씨네."

어둠이 내리고, 작은 강변의 오솔길로 들어가 텐트를 펼친다. 올빼미와 철새 같은 새소리만이 들려오는 조용한 밤이다.

젖은 옷들을 벗고 축축한 침낭 속으로 들어간다. 침낭이 몸을 데워주는 것인지 아니면 몸이 침낭을 건조시키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파리에 살고 있는 레오니와 메시지를 주고받는다. 레오니가 살고 있는 15구역에 저렴한 숙소가 있어 그곳에 머물면 좋을 것 같다.

레오니는 서툴지만 존댓말의 한국어를 배웠나 보다. 파리에서 샤르트르의 묘역을 안내해주겠다는 레오니를 만나 도움을 받을 것이다.

"파리의 레스토랑에 꼭 가봐야지."

프랑스, 프랑스에 왔다. 무려 10년이나 늦어버렸지만, 그때의 꿈들도 사라져 버렸지만 상관없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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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7일 / 비
포츠머스
영국에서의 마지막 하루, 저녁에 출발하는 프랑스 르아브르행 페리를 타고 영국을 떠날 것이다.


이동거리
18Km
누적거리
22,013Km
이동시간
4시간 42분
누적시간
1,673시간

 
이스트니해변
 
페리
 
 
 
 
 
 
 
0Km / 0시간 00분
 
0Km / 0시간 00분
 
포츠머스
 
포츠머스
 
포츠머스
 
 
557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4-78-7650-6895

 

공원을 산책하는 사람들과 강아지들의 소리에 잠에서 깬다. 특별히 피곤한 느낌은 없었는데 쉽게 눈이 떠지질 않는다.

비가 내리지는 않지만 영국 특유의 흐린 날씨다.

반려견을 키우는 조건이나 사회적 규칙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모르겠지만 개와 관련된 문화는 제법 괜찮은 것 같다. 기본적인 훈련이 된 것처럼 개들도 순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게으름을 피우다 짐들을 정리하고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로 이동한다. 역시나 남쪽 해안가는 바람이 강하게 불어온다.

"강아지 관련 안내는 있는데 왜 캠핑관련 안내는 없냐?"

해안가에는 개와 함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포츠머스의 해안가는 작은 조약돌의 딱딱한 백사장이다.

옅은 에메랄드빛 바다의 색이 좋다.

두 명의 여자가 타월을 덮고 다가오더니 수영을 준비한다.

"들어가려고?"

여자는 방긋 웃으며 파도가 밀려오는 바다로 들어가더니 5분 정도 수영을 하고 나온다.

"날씨가 너무 아쉽다."

안개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포츠머스 싸우스캐슬을 보기 위해 해안가를 따라간다. 성곽의 형태만이 남은 성터를 따라 깨끗한 산책로 마련되어 있고, 작은 성은 카페로 운영되고 있는 모양이다.

르브아르로 가는 항구에 들러보기 위해 해안가를 따라간다. 유명 브랜드들의 샵이 모여있는 아웃렛 거리에는 돛 모양의 타워가 세워져 있다.

아주 오래된 범선은 박물관으로 운영되는 모양인데 입장료가 있어 그냥 지나친다.

조금씩 굵어지는 빗줄기에 항구로 가는 것을 포기한다. 저녁 11시 30분에 출항하는 여객선이라 매표소가 닫혀있을 것이 뻔하고, 배가 고프다.

"이제 12신데."

중국 뷔페가 있는 구시가지로 돌아와 중식당 옆에 있는 맥도날드로 들어간다.

마음 편하게 충전을 하고, 와이파이도 사용할 수 있으니 뷔페보다는 햄버거가 낫다. 자료들을 업로드하려니 와이파이 속도가 너무 느리다.

한국 뉴스를 보니 언론의 행태가 너무나 역겹다 생각이 든다. 권력에 기생하다 보니 자신들을 권력으로 착각하며 설쳐대는 불나방,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실상은 허접한 자신들의 카르텔을 벗어나면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무능의 극치들이다.

"정신 건강에 해롭다. 닫자!"

 
르브아르행 페리를 온라인으로 예약한다. 9시간이 걸리는 운항거리 때문인지 조금 비싸다. 객실이 아닌 좌석이 40파운드, 사진을 보니 편안해 보이는 좌석이라 상관없다.

"3시, 와이파이 때문에 할 것이 없네."

주머니 속의 동전들을 세어보니 90펜스가 남아있다.

"이걸로 할 수 있는 것이 뭘까?"

구시가지를 천천히 구경한다. 작은 소도시 포츠머스는 바다 이외에 특별히 구경할 무언가가 없다.

 쓸데없이 거리를 이리저리 방황을 한다.

4시 반, 저녁을 먹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다. 7시까지 영업을 하는 중국뷔페 식당에 6시 정도에 들러 저녁을 먹고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낸 후 8시 정도에 항구로 갈 생각이다.

잔돈을 사용하기 위해 슈퍼에 들렀지만 슈퍼마켓의 최저 금액이 모두 1파운드다.

와이파이가 되는지 버거킹으로 들어간다. 프리 와이파이 속도가 빠른 편이다. 예의상 99펜스의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아 사진들을 업로드한다.

영국은 아주 특별하게 네트워크가 느린 것 같다.

"아우, 속터져!"

인내심을 시험하며 느린 와이파이로, 더 느린 티스토리의 서버에 자료를 업로드한다.

6시가 가까워져 중국 뷔페식당으로 간다.

치파오를 입고 있었던 여자는 오늘은 평상복을 입고 있다. 자연스럽게 테이블을 잡고.

느긋하게 두 접시를 비운다.

맥도널드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하려니 배가 너무 부르다.

"조금 뻔뻔하게 앉아있지 뭐."

8시, 위성지도를 보면 항구에 터미널처럼 보이는 건물과 커피숍이 검색된다.

"일단, 항구로 가 보자."

하루 종일 안개비가 반복되는 하늘, 정말 영국의 날씨는 괴팍하다.

1.5km 정도의 항구에 도착한다. 매표소가 있는 곳으로 가려고 하니 도로를 통제하던 남자가 다가와 터미널에서 승선 안내를 기다리라며 설명을 해준다.

매표소의 좌측으로 커다란 터미널이 들어서 있다.

 

"터미널이 있다!"

 

"좋은데."

자전거는 외부의 매표소에서 체크인을 한다는 설명을 듣고.

터미널의 와이파이가 제법 쓸만하다.

"괜히 맥도널드에서 시간을 보냈네. 콘센트만 있으면 백점만점인데."

터미널을 둘러보고 대기의자 뒤에 있는 콘센트를 발견한다.

"빙고!"

프랑스 파리까지 캠핑을 할 배터리를 충전하고.

탑승 가능 시간을 물어보니 21:15분에 가능하다고 안내하지만 시간은 계속 뒤로 밀린다.

편의점에서 잔돈을 해결한다. 69펜스 다이제스티브.

"깔끔하게 파운드를 정리했어."

탑승 가능 시간은 10시로 늦춰진다. 졸음이 밀려온다. 9시 반, 처음부터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던 준년의 직원이 2층 대기실까지 올라와 탑승을 하라며 알려준다.

외부 매표소에서 여권을 확인하고, 승선권을 받아 들고.

검사소에서 패니어 하나를 떼어 엑스레이 검사를 하고, 직원들의 안내에 따라 승선을 한다.

자전거를 놓아두고 객실로 올라간다.

"아고, 힘들어."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맛!"

"굿바이, 잉글랜드."

샤르트르를 만나러 프랑스로 간다.

 

 

Trak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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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D+366일 / 비
윈체스터-포츠머스
여행을 떠난 지 1년, 떠나는 마지막 날의 기억이 아련하게 기억된다. 영국 여행의 마지막 도시 포츠머스로 향한다.


이동거리
53Km
누적거리
21,995Km
이동시간
5시간 39분
누적시간
1,668시간

 
영국놈
 
중식뷔페
 
 
 
 
 
 
 
35Km / 3시간 00분
 
18Km / 2시간 39분
 
윈체스터
 
페어햄
 
포츠머스
 
 
539Km
 
 

・국가정보 
영국, 런던
・여행경보 
-
・언어/통화 
영어, 파운드(1파운드=1,550원)
・예방접종 
-
・유심칩 
쓰리심
・전력전압 
◦2구220
・비자정보 
무사증180일
・대사관 
・긴급연락처 
+44-78-7650-6895

 

모멘텀 : 다른 방향이나 상태로 바뀌거나 바꾸는 장면.

그저 의미 없는 온라인 서핑에서 자전거로 세계를 여행하는 20대 중반 여자아이의 홈페이지로 흘러들어 갔다. 검색했던 키워드가 무엇이었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멍한 손길로 링크와 링크를 타고 이어지던 무미한 일상의 킬링타임이었다.

여자아이의 바람들과 세계를 여행하는 모습을 바라보며 부러운 마음보다 부끄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망치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 하루, 또 하루를 보냈다. 나는 무엇을 잃어버린 것일까.


고대하다 : 몹시 기다리다.

겹겹이 둘러싸인 산들을 바라보았다.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 바라보았던 미래에 대한 막연함은 그 산들 넘어의 무엇이었다. 친구들이 하나, 둘 그 산들을 오르며 어른이 되었음을 자랑삼는 동안, 단 한 번도 그 산들을 오르거나 넘기를 시도하지 않았다.

사실 확인에 대한 싱거움 또는 소멸돼버릴 상상의 부재가 두려웠는지 모르겠다. 어찌 됐든 그 산들을 오르지 않음으로써 여전히 유지되는 막연함은 때론 상상의 즐거움이었다.

언젠가 그 산들을 넘을 것이다 바람하였다.


여행 : 떠나다.

이제부터 나는 내 삶을 향해 홀로 걸어가야 한다. 돌아올 수 있을까 아니면 돌아와야 할 이유 같은 것이 있을까. 두렵고 슬프다. 하지만 가야 할 길이라면 해야 하고, 하고 싶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떠난다, 두렵고 슬프지만 슬프지 않게 삶을 향해 걸어갈 것이다.

-2019.01.30

 

안개비가 조용하게 내려앉는 아침이다. 일 년 전 오늘의 마음이 아리게 느껴진다.

 

여행 중 : 내 안을 들여다보다.

아무것도 달라진 것은 없다. 하지만 내가 바라보는 것들, 사람과 사물, 공간, 시간, 감정에 대한 인식이 무엇인지 확인한다. 타인의 시선에서 완전히 벗어난 시간, 나는 나를 바라본다.

 

리즈훼이의 반려견 콜라는 땅콩을 받아 알맹이를 쏙 빼먹는다. 개가 땅콩을 먹다니 신기한 일이다.

"리, 콜라는 채식주의 강아지야?"

호박씨와 배춧잎을 간식으로 먹는다는 콜라, 나에게도 콜라가 있다.

출발을 미루고 게으름을 피우는 동안 점잖은 할아버지께서 다가와 이곳에 캠핑을 하면 안 된다고 설명을 한다.

공원 외곽의 강변에 캠핑을 해도 괜찮다고 알려주시고 자리를 옮기라고 말하신다.

짐들을 정리하고 윈체스터의 구시가지로 이동한다. 조금씩 굵어지는 이슬비를 피하고 아침도 해결할 겸 맥도널드로 간다.

배터리들을 충전하며 어린아이들의 간식 같은 모닝세트로 출출함을 달래고 와이파이로 자료들을 정리한다.

"비 맞기 싫은데."

레인팬츠를 갈아입고, 슈퍼에 들러 비상식으로 먹을 빵들을 챙긴다.

"어라, 이거 좋은데!"

두툼한 고무 재질의 장갑이 사이즈도 넉넉하고 좋다. 뻣뻣한 작업용 장갑에 비해 부드럽고 탄력성도 좋아 비 오는 날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

"유니크템 장착!"

계산을 기다리는 동안 엄청나게 고약한 냄새를 풍기며 목발을 짚고 있는 할아버지가 너무나 느리게, 느리게 계산을 하고 잔돈과 물건을 챙긴다.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돕던 직원의 표정이 너무 귀엽다.

"Great thanks."

비에 젖은 긴 백발과 양편의 목발을 짚고 천천히 걸어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왠지 측은하게 느껴진다. 가까스로 숨을 참아가며 계산을 한 직원이 빙긋이 웃는다. 친절한 사람이다.

빵과 장갑을 사들고 나오니 하염없이 이어질 것 같던 이슬비가 멈추기 시작한다.

"뭐냐? 눈치챘냐!"

내부 구경을 포기한 대성당을 돌아 야영을 했던 공원으로 다시 돌아간다. 어젯밤부터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길이 어떤 길인지 찾지를 못하겠다. 잠시 길을 헤매다 내비게이션을 무시하고 지도를 확인하며 도로를 따라간다.

포장이 잘 된 깔끔한 공원길을 따라가고, 포츠머스로 이어지는 메인도로를 마주한다. 오르락내리락 반복하던 도로도 포츠머스가 가까워지며 조금씩 내려가는 길들이 많아진다.

힘들었던 몸도 조금씩 풀려가며 페달링이 편해지기 시작한다. 쉬는 동안 계속해서 자전거의 피팅을 맞춰간다.

 

포츠머스의 외곽에 들어서자 도시는 짙은 안개비로 감싸여 있다.

"정말 영국의 안개는 대단하다."

대형 슈퍼마켓에 들러 치킨이 있는지 확인해 보지만 식품코너가 없다. 다른 슈퍼에도 들러 보지만 마찬가지다.

"햄버거는 먹기 싫다."

포츠머스 시내의 뷔페식당을 검색하니 저렴한 중식뷔페가 있다. 7.99파운드.

"오, 대박. 일단 고!"

시내로 접어들자 자전거 도로가 그런대로 갖춰져 있어 편하기는 하다. 방파제 주변으로 이어지는 공원을 가로질러 포츠머스의 중심으로 들어간다.

"자전거 도로가 있으니까 얼마나 좋냐!"

식당이 있는 중심지에 중국인으로 보이는 동양인들이 많이 보인다. 여행객으로 보이지는 않는데 이유는 모르겠다.

식당을 찾는 동안 짓궂은 남자아이들이 뒤를 따라오며 장난을 친다. 아이들에게 욕은 할 수 없고 그냥 웃고 만다.

"애들이 누굴 보고 배웠겠어. 딱하다 영국!"

식당에 도착하여 외관과 내부를 살펴보니 싸구려 음식점은 아닌 것 같다.

"저렴하고 착한 가게네."

가게에 들어서자 치파오를 입은 여자와 주방장으로 보이는 남자가 조금 당황하더니 이내 자전거를 보고는 관심을 접는 눈치다.

나 또한 영어를 해야 할지 중국어를 해야할지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뷔페 7.99파운드 맞지?"

7.99파운드가 맞는지 확실하게 물어보고 접시를 집어 든다. 볶음밥과 고기볶음, 계란탕까지 곁들여 푸짐하고 든든하게 저녁을 해결한다.

배터리들도 충전을 하며 야영지를 검색하고, 천천히 두 접시를 비운다.

"내일 또 와야지."

계산을 하며 '하오츠'라고 인사를 하니 잠시 주춤하던 여자는 중국식 영어 발음으로 7.99라고 심드렁하게 답변을 한다.

"웃어라. 영국에서 쓸데없는 것을 배웠다니?"

어두워진 시내를 자전거를 끌고 바닷가 공원으로 이동한다. 바람이 부는 날이라 백사장보다는 수풀이 있는 해안 언덕이 좋을 것 같다.

조용한 마을을 지나 컴컴한 공원을 방향감만으로 가로질러 해안가에 도착한다. 바람을 피해 수풀이 자란 아늑한 공간에 텐트를 펼치고 잠시 생각에 잠긴다.

"그런대로 괜찮은 일 년이었어!"

쉥겐기간을 아끼기 위해 내일 저녁 11시 배를 타고 프랑스의 르아브르로 떠날 생각이다. 천천히 포츠머스를 둘러볼 시간의 여유가 있고, 마음에 들면 하루 정도 더 머물러도 괜찮을 것 같다.

"어쨌든, 영국 도로는 최악이었어!"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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