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타기때문인지 모르겠으나 도심과 농지대, 공릉천, 창릉천의 소박한 천변들과 주변은 낮은 산들이 잘 어우려진 고양시가 좋다.
송강고개를 넘어오는 라이딩 코스는 그런 고양시의 모습을 조목조목 확인할 수 있는 즐거움이 있다.
아스팔트와 시멘트길, 흙길을 달릴 수 있고, 잘 정비된 천변의 자전거길과 임도, 농로길이 순서없이 반복된다.
사람들은 내게 왜 말이 없는지 묻는다. 구지 말하자면 타인에 대해 무관심한 게으름때문이고, 낭비되는 언어들이 아닌 말을 하고 싶어서이다.
사람과의 관계속에서 살아가야 하지만 그것이 때론 얼마나 공허한지를 잘 알고 있다. 말을 통해 웃고 떠들며 즐거워하거나 타인을 향해 많은 고민의 단어들을 쏟아낼지라도 그 순간의 자기만족일 뿐, 위안받지 못하는 타인과의 관계는 오히려 더 큰 허기짐이나 공허감으로 밀려온다는 것을 알고있다.
단지 사람들과 함께 자전거를 타는 것으로 만족한다.
즐거움의 축하와 아픔의 고민이 있다면 언제든 술 잔을 기울여 줄 수 있으니 혹여, 그런 날이 오거든 전화해 보세요.
얼마나 말이 많은 사람인지 알게될터이니..
이제 자타고의 라이딩을 쫓을만큼의 체력은 되는 것 같다. 하지만 앙상해버린 허벅지와 종아리는 여전히 낯설다.
"20일 폭염특보가 내륙 전역에 발효됐다. 올해 들어 처음이다. 특히 경상 내륙에서는 38도 이상이 2일 연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일부 해안지역 지역도 폭염주의보 등이 발표되면서 전국이 끓고 있다."
연일 폭염의 연속. 주로 실내 생활을 하니 더위가 체감되진 않지만 야외에서 활동하거나 업무하는 사람들은 정말 힘들겠다 싶다.
바람 살랑거리는 한강 자전거길을 따라 성산대교을 왕복하는 자타고 목요 야간 라이딩. 네번째 참석!
작년 10월초. 마지막으로 자출을 한 이후 처음으로 성산대교간 자전거길을 달린다. 그 사이 도로가 포장되고 월드컵대교의 상판도 많이 올라가 있다. 페이드 인 아웃이 없는 것들에 대한 어색함들이다.
일직선으로 쭉 뻗은 서울의 한강 자전거길은 난지공원을 지나 고양시의 경계선에 다으면 구불구불한 길이된다. 도로의 양옆으로 수풀들이 무성하고 버드나무 가지들이 살랑거리기도 한다. 늦여름 밤이 되면 민물게들이 뒤뚱거리며 도로를 가로지러 미처 피하지 못하는 마음을 미안하게 만들기도 하고, 안개도 자주 내려앉고, 서울과의 경계면에서 2-3도정도 떨어지는 것 같은 온도차의 시원함이 가끔은 서늘함으로 무섭기도 하지만
그런 자연스러움이 좋았다.
자전거길도 포장하고, 가로등도 늘리고 더 안전하게 라이딩 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좋지만, 아라뱃길과 같은 인위적인 풍경은 싫다.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만 최소화했으면 하는 바람.
자타고의 모임중 덕양구쪽 회원들이 라이딩을 위해 모이는 장소는 덕양분수공원이다. 대략 화정방면 지도공원 건너편, 고양경찰서의 건너편.
정식 명칭이 분수공원인지, 그냥 분수가 있어서 분수공원이라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사거리 신호등에서 보면 조그마한 분수대가 보인다.
매주 목요일 저녁 8시가 되면 제각기 깜박거리는 자전거 후미등을 단 사람들을 볼 수 있다.
오랜만에 성산대교 자전거길도 달렸고, 시원한 커피 한 캔의 달달함은 좋았고, 갑자기 추가된 강매산 업힐은 힘들었다.
라이딩을 할때 GPS 로그데이터를 만들기 위해 산길샘앱을 사용한다. 용량도 적게 차지하고 다양한 기능들도 제공해서 2012년 앱이 출시되고서부터 여기저기 라이딩의 기록을 쌓아주었다.
고양시의 모든 산들과 농로, 도로을 이어 라이딩하게 해주었고, 매일처럼 자출의 기록들이 쌓였고, 때론 처음 가보는 곳의 데이터를 받아 좋은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1년여간 자전거를 전혀 타지 못하게 되어, 잠시 사용하지 않았던 앱을 사용하려니 자꾸 오류가 난다. 동안 어플의 업데이트들로 사용법이 달라졌나 아니면 3년이 넘게 사용하고 있는 갤럭시 S6의 사용종료를 강요하는 전조인가 생각했다. 두번다시 없을 혁신의 결과물, 메가 울트라 슈퍼 그레이트한 신의 선물과도 같은 광고와 달리 그들의 수명은 한없이 얇아보이는 종이 쪼가리의 깨알같이 적힌 약정기간을 넘지 못하는지 모를일이다.
라이딩시 앱을 실행하고 라이딩을 했는데 라이딩 종료시 앱을 켜보니 두번째에는 점 하나만이 찍혀있었고, 이번엔 분수공원과 목상교, 행신역이 트라이앵글로 일직선을 그리고 있었다. 대략 난감과 허탈..
어플개발자가 업데이트를 포기했나 생각했다. 그 흔한 광고도 없이 정말 좋은 무료어플이였는데.. 아쉽네.
마지막으로 어플사용자 카페에 들어가 어찌된 것인지 확인하였다. 카페 공지에 "오해와 진실"이라는 주의 제목이..
오! 오해하고 싶지않아. 클릭!
핸드폰 절전모드 실행시 문제가 발생하여 일직선을 긋는다는 내용이였다. 갤럭시 S6은 내장배터리 시스템이라 사용기간중 대부분을 절전모드로 사용하였다 (빌어먹을 삼성! 빌어먹을 S6!). 전에 사용했을 때에는 그것이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무튼 절전모드를 풀어놓으니 GPS 데이터들이 점점히 잘 찍혀 꼬불꼬불 모양좋은 이동경로를 생성하였다.
다음번 라이딩때에는 정확한 로그데이터를 만들어서 첨부할 수 있겠다. 됐어!
하루종일 흐릿흐릿 비가 내릴 듯 하더니, 다행히 비는 내리지 않았고 언제나 그렇듯 8시는 찾아온다.
대략 30여명이 넘어보이는 사람들, 각양각색의 자전거들과 라이딩복장들. 그 불규칙함이 좋다.
다양성과 동질성. 다양한 다름의 이질성들이 극히 단순한 동일 행위를 통해 시간과 공간, 감정을 공유한다. 공감한다. 부족함을 나눈다.
여전히 자전거는 어색하고, 엉덩이는 아프고, 호흡은 가쁘다. 그리고 가끔씩 멍해지는 공허감은 불쾌하게 찾아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