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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양시-팡청현-예현
정저우시를 향해 가는 길, 매일 120km가 넘는 거리를 달리고 있다. "중국, 너 쫌 넓다!"
"괜히 술은 마셔가지고."
침대 시트를 부둥켜 안은 채 게으름을 피우다 숙소의 조식 제공 서비스가 생각난다.
"조식이 있었지!"
8시 58분, 조식 마감 타임을 2분 남기고 부랴부랴 식당을 찾아 내려간다.
한, 두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식사를 마친 것인지 식당 안이 썰렁하다. 중국 사람들은 밥을 먹으면서 왜 사람을 힐끔힐끔 쳐다보는지 모르겠다.
"젓가락 자동 세척기인가?"
음식들은 거의 떨어져 딱히 먹을 것이 없다. 흰죽도 보이질 않고 빵과 계란 그리고 수박, 오렌지를 겨우 접시에 담는다.
"아깝네. 만원어치는 먹어야 하는데."
흰죽이 없어서 아쉬웠지만 수박과 오렌지를 간만에 먹을 수 있어서 만족.
방으로 돌아와 어제의 사진들을 업로드하고 편하게 뒹굴거린다.
"천천히 출발하자, 날도 길고 날씨도 좋은데 뭐."
차를 한 잔 마시며 오랜만에 시간의 여유를 부린다. 오늘 가야 할 곳은 110km 거리에 있는 예현이다.
10시쯤 출발해서 부지런히 가면 6시 전에는 도착할 것 같다. 길이 나쁘지 않거나 펑크만 나지 않는다면.
이틀 연속 주숙등록과 트립닷컴 그리고 숙소들의 황당한 응대에 너무나 피곤하고 짜증스럽다. 아침부터 오늘은 숙소를 찾아 얼마나 헤맬지 답답함이 밀려온다.
체크아웃을 하려고 룸키를 프런트에 반납하니 여직원이 중국어로 뭐라고 하는데 못 알아들으니 답답해한다.
"是要退房吗?"
'투이팡' 퇴방이 체크아웃인가 보다.
"웬만하면 체크아웃 같은 기본 영어 단어는 좀 해라."
어제 술을 샀던 슈퍼에서 콜라와 물 그리고 숙취를 달래줄 요구르트 한 병을 산다.
"콜라가 3위안인데 양도 적은 요구르트가 6원이라니."
누렁이가 곧 검둥이로 변할지도 모르겠다.
좀 늦은 아침 시간인데도 오토바이 부대들이 거리에 가득하다. 차와 사람, 오토바이가 한 번이라도 뒤엉키면 정말 답이 없는 곳이 중국이다.
오는 길에 어떤 중년의 여자가 오토바이를 타고 택시와 마주 서서 대치하고 있는 것을 본다. 복잡한 1차선 도로에서 자전거 도로가 아닌 일반도로를 자신이 역주행했으면서 택시를 막고 불만 가득 심술궂은 표정으로 택시를 째려보고 있다.
"민폐도 저런 민폐가 없다."
시내를 벗어날 때쯤 차량들이 줄지어 정체되어, 무슨 일인가 궁금해하며 지나가는데 중간에 접촉 사고가 난 차량들이 길을 막고 있다.
각도상 자전거 도로를 가던 승용차를 SV차량이 받은 것 같다. 아무리 봐도 중국인들에게 사이드 미러는 필요 없는 장치이다.
사고 때문에 차들이 정체되었나 싶었는데 우회전하는 곳에서부터 도로공사가 있어 차들이 지나가지 못하는 것이다.
차량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공사 구간을 인도에 올라 자전거를 끌고 이동한다.
공사구간이 끝나는 지점에서 3륜 오토바이를 탄 할아버지가 줄줄이 이어 나오는 차량들을 난감하게 지켜보고 있다.
"할배, 거기로는 절대 못 가. 완전히 막혔다고요."
할아버지가 어떻게 할까 흥미진진하게 지켜보는데, 한참을 기다리며 망설이더니 끝내 역주행을 시작한다.
그리고 한 대씩 빠져나오기도 버겁던 좁은 길을 완전히 막아버린다.
"하하하, 완전 용자 할배."
시원하게 펼쳐진 도로를 내달리다 더는 견딜 수 없는 크락션 소음에 이어폰을 꺼내든다.
"내가 진짜 웬만해서는 자전거 탈 때 이어폰 안 쓰는데. 화병으로 누군가 한 명 죽이는 것보다 이게 차라리 낫겠어."
이어폰을 써도 크락션 소리들이 어찌나 우렁찬지 큰 문제는 없고, 고막을 찢어 놓을 듯한 소리가 좀 작아지니 천국이 따로 없다.
잘나가던 도로가 작은 마을을 지나며 나빠지기 시작한다.
폭죽과 결혼용품을 파는 가게. 결혼식 폭죽은 따로 있나 싶기도 하고.
길가에서 1위안짜리 빵을 두 개 산다.
마을을 지나치며 잠시 쉴 곳을 못 찾고 울퉁불퉁 곰보바닥으로 변해버린 도로를 달리다 시골 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에서 잠시 쉬어간다.
12시 20분, 80km가 남아있다.
3일째 연속되고 있는 동일한 풍경, 정확하게 무엇인지 확인해 본다.
"보리는 아니고, 생강도 아니고, 파도 아니고."
생김새가 보리와 비슷한 것이 밀이 맞나 보다. 어릴 때 시골에서 가끔 밀밭을 보기는 했지만 그 기억이 흐릿하다.
"저 안에 텐트 치고 한나절 누워있고 싶네."
빵은 밀가루 빵이다. 내용물이 있을 줄 알았는데 아무것도 없이 단백하고 짭조름한 게 매력 있다. 앞으로 자주 먹을 것 같다.
곰보바닥의 길은 한 시간이 넘도록 계속된다. 허리가 아파오고 덜컹거리는 자전거의 승차감이 피곤하기 그지없다.
중국에서 무서운 것들 중 하나는 뭐든 시작되면 한참 동안 이어진다는 것이다. 빨리 도시가 나와 도로 환경이 바뀌었으면 좋겠다 생각한다.
한 시간이 조금 넘어 드디어 팡청현에 들어선다. 도시의 초입 광장에 커다란 석상이 세워져 있다.
張騫(장건, 장치엔)
한나라 때의 여행가로 중국에서 서역으로의 교통로를 공식개통하는데 영향을 주었다. 그의 여행으로 서역의 지리·민족·산물 등에 관한 지식이 중국으로 유입되어 동서 간의 교역과 문화가 발전하게 되었다. (두산백과)
"어머, 선배님! 반갑습니다."
할머니가 쓰레기 같은 것을 엄청 큰 포대에 담아 자전거로 옮기고 있다.
"아이고 할매, 기어도 없는 자전거로 어떻게 가시려고."
팡청현을 지나 좋아질 것 같던 도로는 이내 지나쳐왔던 도로와 같은 모양으로 이어지고.
오후 3시, 엉망인 도로를 타고 오느라 쉽게 피곤해져 버리고 문이 닫힌 담벼락에 기대어 잠시 쉬었다.
"40km 남았는데, 끝까지 이러려나?"
높은 담에 날카로운 유리조각까지 촘촘하게 박아 놓은 집. 중국에서 담벼락을 보기도 힘들지만 뭐 대단한 것이 집에 있을까 싶기도 하고.
잠시 쉬고 마지막 스퍼트를 하려고 하니 화물 차량들이 길게 줄지어 길을 막고 있다.
다양한 종류의 화물 차량들의 정체되어 줄이 끊이지 않는다.
그 와중에 직각으로 끼어드는 차량이 한 차선을 마저 막아버리고 만다.
다행히 자전거가 다니기에 충분한 공간이 있어 늘어선 화물차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해하며 조심스럽게 지나친다.
길은 작은 마을을 관통하고 차량들의 줄은 끝이 안 보인다.
3km 가까이 차량들이 밀려있고, 역시나 그 끝에는 무시무시한 공사구간이다.
"다 나오려면 밤새야겠네. 쌤통인데!"
공사가 시작되는 지점에서부터 잘생기고 쾌적한 도로가 이어진다.
조심스레 화물차량들과 파헤쳐진 도로를 지나느라 30분 동안 4km 밖에 이동하지 못했지만 지금부터 시원하게 달려볼 것이다.
멀리 밀밭 너머로 풍력 발전기의 바람개비가 보이고, 날개가 나를 향해 돌아간다.
"굿! 이럴 때 뒷바람인가."
신나게 페달을 밟아 라이딩을 즐기다 보니 서서히 오늘의 목적지인 예현이 보이기 시작한다.
"네가 여기서 왜 나와?"
5시에 예현에 도착한다. 오토바이가 주차장을 가득 들어찬 최신식 쇼핑몰과 옛 시장 골목이 함께 있는 소도시 예현.
뭔가 포스가 느껴지는 거리가 눈에 들어온다. 이층의 근대 가옥 구조로 보이는 건물들이 길게 이어지고.
예전의 상가들, 무역이나 교역들의 물품들이 거래되던 곳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곳을 중심으로 좌우, 길 건너에 재래시장들이 자리 잡고 있고, 재래시장 옆으로 최신식 쇼핑몰들이 들어서 있다.
작은 소도시에 인구가 얼마나 많으면 이렇게 거대한 시장들이 이어질까 싶다.
맞은편 작은 공원에 앉아 숙소들을 검색한다. 트립닷컴에는 이 지역 숙소가 안 보이고, 고덕지도을 검색해 적당한 곳을 선택한다.
"오늘은 제발 쉽게 가자."
공원 옆, 구두를 수선하는 할아버지를 구경하는데 두 남자가 다가와서 말을 건다.
여행에 대해 묻고, 자전거에 관심을 보이더니 자전거를 들어본다.
힘을 주어 드는데 꿈쩍도 하지 않는 자전거. 약간 당황해하더니 있는 힘껏 뒤쪽을 겨우 들어 올린 후 엄지를 척하고 세운다.
"대단하다!"
시끄럽게 두 남자가 떠들어 대니 주변의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나를 주시한다.
"오늘도 멋짐 폭발. 근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쳐다보니 조금 부끄럽네."
검색해 두었던 빈관은 낡아 보이는 2층 건물인데 80위안이나 달라고 한다.
"그냥 조금 비싸더라도 숙소 같은 곳에서 자자."
근거리에 있는 규모가 있는 주점으로 들어갔다. 119위안 숙박비에 야진까지 300위안을 결제하고 무난하게 체크인을 한다.
자전거 보관을 문의하니 한 아저씨가 오더니 숙소 밖의 주차장에 놓으라 알려준다.
"안돼, 자전거 잃어버리면 절대 안 돼!"
프런트 직원이 방으로 가지고 올라가라 안내해 준다.
갑자기 의욕에 찬 아저씨가 내 얼굴에 침을 튀기며 뭔가를 설명하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곳으로 가 보았지만 엘리베이터가 너무 작다.
"노노노노!"
억지로 엘리베이터에 자전거를 넣으려는 아저씨와 웃으며 실랑이를 하는 사이 숙소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나를 신기하게 쳐다본다.
"아, 이 몹쓸 놈의 인기란."
아저씨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관우상이 모셔져이는 곳에 자전거를 놓으라고 한다.
다섯 번을 넘게 관우상을 가리키며 여기에 놓아도 되는지 물어도 아저씨는 괜찮다고 한다.
자전거를 놓고 아저씨와 농담을 하며 손으로 웃으라고 제스처를 하니 이해를 못 하고 어리둥절 쳐다본다.
"笑!"
번역기를 보여주니 돋보기를 꺼내어 들여다보고 알았다며 웃는다.
아저씨는 굳이 방까지 직접 안내를 해주고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주고 내려간다.
의욕이 넘치는 친절한 할배다.
샤워를 하고 저녁을 먹으러 간다. 방에 놓인 커피가 유혹의 손짓을 날린다.
"이건 무료야? 유료야?"
이너웨어 등쪽에 소금꽃이 폈다.
"이제 이것을 벗을 때가 됐나."
숙소를 나와 주차장에 앉아있는 할배에게 '츠판' 했더니 자기를 따라오라며 앞장을 선다.
첫 번째 들어간 집은 면만 파는 집.
바로 옆에 있는 두 번째 집에 들어가 뭔가를 설명하더니 여기서 먹으라고 알려준 뒤 씩씩하게 돌아간다.
"아, 완소 캐릭터 할배."
모형이 아니고 실제로 돌아갈 것 같은 인테리어.
"중국 식당치고 너무 밝은데."
돼지고기 메뉴를 골랐는데 빌지까지 가져와 무언가를 계속 추천하는 사장님.
몇 개를 거절하다 마지못해 15위안 두부요리를 추가한다.
"그래, 오늘까지만 시발 비용이다."
먼저 두부요리가 나오고 소스가 나온다. 중국 식당에서 음식을 받으며 감사하다고 하면 대부분 어색해 한다.
언제나 식당에서 음식을 받을 때 '감사합니다' 인사를 한다.
녹색 소스는 차 맛이 나고, 주황색 소스는 약간 매콤한 느낌의 소스다.
젓가락으로 두부를 꺼내어 소스에 찍어 먹고 있으니 주인이 와서 먹는 법을 알려준다.
그릇에 두부를 넣고 두 가지 소스를 조금씩 넣어 으깬 후 먹는 것이다.
순한 두부와 소스가 맛이다. 특히 차 맛이 나는 소스가 일품이다.
조금 후 돼지고기 요리가 나오고.
"오, 비주얼 터지네."
중국에서 먹은 돼지고기 중 가장 부드럽고, 우리의 중국요리와 비슷하니 맛이 좋다.
두 공기 클리어하고.
손가락 하트를 날리는 여자는 사장의 부인인 듯한데, 식사 중에 갑자기 나타나서 '안녕하세요. 오빠!'를 하는 바람에 식당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밥 먹는 것을 구경하게 만들어 버렸다.
식사 후, 위챗의 SNS를 하는지 음식 품평을 해달라고 하며 질문 공세를 펼친다.
"맛이 아주 좋다. 중국에서 먹은 저녁 중에 최고다."
그리고 셀카봉을 들고.
"다 모여! 이 얼 싼!"
계속되는 질문 공세를 피해 바이바이.
숙소에 돌아와 커피에 대해 물으니 한 개에 5위안이라고 한다. 커피 엄청 비싸다.
숙소 할배에게 밥을 잘 먹었다고 인사를 하니 자전거를 관우상이 있던 곳에서 프런트 맞은편 책들이 꽂혀있는 곳으로 옮겨놓았다고 알려준다.
그리고 밀밭의 사진을 보여주며 무엇인지 물었는데 할배의 발음이 안 좋아 계속 오번역이 난다.
번역기에 '밀'을 써서 보여주니 어떻게 알았냐며 놀라워한다.
"小麦, 샤오마이"
주변에 슈퍼를 찾았지만 없다. 중국은 길거리 가로수에 반짝이는 조명을 많이 달아 놓는다.
"반짝거리는 거 무진장 좋아한다. 골목에 가로등이나 설치하지."
숙소에 들어오며 보니 사람들이 유치한 가운을 입고 1층을 돌아다닌다. 숙소에 온천이라며 목욕탕 같은 시설이 있나 보다.
"이건 한국 동네마다 있는 목욕탕인데."
이너웨어와 져지를 샴푸로 손빨래를 하니 누런 흙물들이 빠져나온다.
장가계부터 매일처럼 100km 이상을 달려왔다. 베이징까지 850km 정도가 남아 8일 정도면 도착할 수 있는 거리다.
정저우에 도착하면 베이징까지 조금 속도를 늦춰 여유 있게 가려고 한다.
"시발 비용도 이제 그만하고, 빼먹은 일기도 채워 넣고."
경비내역
식비:55위안 / 식료품:33위안 / 숙박:119위안 / 합계:201위안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에릭스도자기, 찬숙, 이지, 혜영, 카일라스, 에릭누나, 달그림자, 불타, 파라, 뜨락, 고고싱, 부침이, 마이크로, 둥이, 장미, 일루, 앳찌, 짱돌, 울산 바이크하우스, 다빈치, 나도달인, 폴/해바라기, 걍바다, 유나, 김혜숙 산부인과, 일산쭈니, 소미에이, 고양을, 감사리, 파도, 방가/나리, 김윤구, 세콤염기섭, 최정현, 엘사
'Travelog > 중국(19.01.30~04.14)'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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