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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간누르-울란바이신트
몽골여행의 마지막 라이딩, 국경까지 30km의 거리를 남겨두고 있다. 막연하고 막연했던 몽골의 여행이 끝나간다.
아침에 일어나 출발을 서둘렀다. 차간누르는 내 생각보다 훨씬 작은 마을로, 국경을 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구할 수 없는 곳이다.
출발을 준비하는 나에게 자르갈이글은 환전을 해준다며 자신의 친구에게 가자고 한다.
"돈 없어. 은행 가야 해. 은행은 있어?"
"차를 타고 가면 돼."
"근데, 어떻게 환전해 줄 건데?"
200,000투그릭이 러시아 루블로 얼마인지를 묻자 핸드폰에 숫자를 보여준다.
환율기로 확인해 보니 15,000원 정도 차이가 난다.
"얘가, 미쳤나."
너무 비싸다며 거절을 하고, 출발을 하려고 하니 어딘가 전화를 걸고는 어느 정도를 원하냐며 묻는다.
"1루블:40투그릭."
환율기에 루블과 투그릭의 환율은 1:41 정도다. 러시아에 도착해서 유심카드를 살 현금과 비상금이 있으면 좋겠다 싶고, 어린아이들이 많은 형편이라 이왕이면 조금이라도 도와주고 싶었는데.
자르갈이글은 현명하지 못하고 욕심을 부린 것이다. 계속 비싸다고 하니 조금씩 가격을 높여 부른다.
"이미 늦었다."
자르갈이글이 여행자들을 상대할 생각이라면 욕심을 부려 한 번에 좀 더 큰 이득을 취하기 보다 여행자들의 마음을 얻어 작지만 안정적인 소득을 얻으려 해야만 한다.
자신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오랫동안 여행을 하며 온갖 경험을 하고 있는 사람에게 흥정을 하려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몽골의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그런 것 같다. '몽골인들은 사람을 속인다'는 지아오강강의 말처럼 악의적인 속임수는 없을지 몰라도 작은 것에 욕심을 내느라 큰 것을 손해 보는 사람들처럼 느껴진다.
"삼촌, 기분이 별로다. 가!"
복장과 짐들을 재정리 하는 동안 도로변의 슈퍼 같은 곳을 가리키며 가자고 한다. 어찌 됐든 아이들은 어른들을 닮아간다. 사내아이를 보면서 차간누르 사람들에 일상의 단면을 그려볼 수 있었다.
"뭐, 줄 것은 없고."
아이들의 외모, 특히 눈매 같은 것이 많이 다르다.
"오지 마! 사색 좀 하자."
그리고 이번에는 오른 편에서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마치 고속도로 사고 현장에 달려드는 렉카들의 레이싱 같다.
"너 참 이쁘게 생겼다."
사진을 찍으니 여전히 수줍게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고, 사진을 보며 웃는 사이 말의 고삐를 놓쳤는지 말이 멀리 달아나 버린다.
말을 쫓아가는 여자아이 그리고 여자아이의 실루엣 너머로 또 다른 아이들이 말을 타고 달려온다.
"에잇. 뭐 하는 동네야. 애들한테까지."
작은 언덕을 지나 약간의 허기가 찾아들 때쯤 작은 마을이 나타난다.
"무슨 잠인데. 저 산 너머에 울란바이신트가 있나?
"은행도, 식당도.. 아무것도 없냐?"
"어디가?"
"카자흐스탄."
"잠 잘 때는 있어?"
"국경까지 갈 거야."
"여기가 국경인데. 저기!"
"뭐?"
구글맵을 확인하니 국경 검문소가 200미터 앞에 있다.
"여기가 울란바이신트야?"
"어, 므앙가니잠. 울란바이신트."
울란바이신트는 므앙가이잠으로 불리는가 보다. 5km 정도 더 가야 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얼떨결에 울란바이신트에 도착했다.
"그나저나 여기가 끝이면 난감하네. 돈도 없는데."
"어, 옆에 게르."
"얼만데? 돈이 없어."
"7,000투그릭."
"카드 돼?"
"아니."
주머니 속에 400투그릭을 보여주자 남자는 피식 웃는다.
"오호, 여기에 식당이 있네."
남자는 식당의 여자에게 뭔가를 말하더니 여자와 함께 슈퍼로 가서 카드로 결제를 하라고 한다.
슈퍼의 주인과 뭔가를 말하고, 밥값까지 해서 20,000투그릭을 결제한다.
남자가 말하는 호텔은 넓은 게르다.
게르에는 남자와 함께 두 명의 젊은 남자가 더 머물고 있다. 반갑게 인사를 하는 남자들.
처음 말을 건넨 친구는 40살의 비꾸, 그리고 젊은 남자들은 26살 동갑내기 아스카와 아까.
약간의 보드카를 마시며 세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고.
비꾸 일행은 난데없이 나무집으로 들어간다. 무전기를 찬 남자와 그의 아내 그리고 사내아이들이 집에 있다.
"무전기는 뭐야?"
"어, 나는 저기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이야."
비꾸 일행과 놀러 간 집은 국경 검문소에서 일하는 군인의 집이다. 수박을 내어주며 잠시 대화를 하고.
일요일에는 국경이 쉰다고 한다. 그리고 나담이 시작되는 날에도 국경이 닫혀있을 것이라고 한다.
"국경도 쉬는 날이 있어? 날짜 맞춰서 왔으면 큰일 날뻔했네!"
해가 지고, 국경에서 근무하는 군인이 보드카를 들고 게르로 놀러 온다.
자신을 몽골의 긴또깡이라 소개하는 남자 그리고 비꾸 일행과 함께 보드카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비꾸와 함께 주변에 있는 식당과 슈퍼들을 돌아다녔지만 살 수 있는 것은 우유차가 전부다. 빵과 함께 우유차로 늦은 야식을 먹고 골아 떨어진다.
"굿나잇, 몽골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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