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1. 굿바이 첼니, 카잔에 도착하다. 2019.09.17
D+231일 / 흐림
나베레츠니 첼니-카잔
안드레, 보바, 이글과 함께 정신없이 보낸 나베레츠니 첼니의 시간을 뒤로하고 다시 여행을 떠난다. 러시아의 오래된 도시들을 지나 모스크바로 향하는 여정이다. 카잔까지 함께 가자는 이글의 제안으로 이글의 차를 타고 카잔으로 향한다.
첼니에서의 일주일을 보내고 카잔으로 떠나는 날, 이글과 함께 카잔으로 가기로 한다.
안드레는 언제나처럼 인도차를 끓여 아침을 해결하고, 안드레의 차는 향과 맛이 좋다.
안드레와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했지만 참 편안한 친구다. 짐들을 정리하며 안드레에게 중국과 몽골, 러시아, 카자흐스탄의 여행 동안 사용했던 버프를 선물한다.
"안드레, 산에 갈 때나 강에 갈 때 이것을 써."
좀 더 좋은 선물이 있다면 좋겠지만 안드레라면 기꺼이 기분 좋게 받아줄 것 같다.
아쉬움의 인사를 여러 차례 반복하고 안드레와 헤어진다.
"다시 만날 시간이 우리에게 주어지기를 바란다. 내 친구, 안드레."
"아프리카까지 잘 써 볼게."
"네가 사랑받는 법을 아는구나."
날씨가 쌀쌀하여 춥지는 않을까 생각되지만 이렇게 거리에 나와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다.
한 시간 반을 달려 중간 지잠에서 차를 세우는 이글, 도로변의 휴게소에서 간단히 점심을 먹자고 한다.
이글과 무슨 대화를 하는지는 모르겠고, 테이블 밑에 숨겨두었던 말린 생선을 보여주는데 뭔가 은밀하게 행동하는 것이 판매가 금지된 어종인 것 같다.
차를 몰고 도착한 곳은 도로변의 오래된 카페인데, 오래된 오토바이와 차량들이 카페 주변에 전시되어 있다.
"아, 그런데 인형이 너무 무섭다."
"사비, 저기 봐. 비가 내리고 있어."
"어, 몽골, 카자흐스탄, 러시아에서 많이 봤어."
이글은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알려주느라 간단한 것도 여러 번 설명을 하며 '언더 스탠드'를 외친다.
은행 안의 풍경이 색다르다. 상담을 하고 있는 고객들이 모두 측면을 향해 앉아있는 구조다.
러시아의 거리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느 곳을 가나 울창한 나무의 골목길, 산책로, 인도가 있다는 것이다.
인위적인 관리를 하지 않아 모기가 많기는 하지만 도시 한가운데 이런 길들이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 여행 중 아파트 숙소에서 머문 적도 있지만 시스템을 안다면 값비싼 호텔보다 좋을 것 같다.
이글은 카잔 크렘린 주변의 야경을 보러 가자고 한다.
완전히 어두워진 8시, 저녁을 먹기 위해 카페로 이동하며 핸들 패니어를 들고 가는 나에게 이글은 중요한 것이 없으면 핸드폰만 들고 가라고 한다.
"안 돼. 여행의 습관을 만드는 거야. 귀찮아도 항상 들고 다녀야 잃어버리지 않아."
카잔에 대학교가 있어서 그런지 다른 지역에 비해 젊은층의 세대가 많이 보인다.
메뉴가 다양한 카페에 들어서니 여지없이 이글의 자세한 설명들이 이어진다.
"사비, 이건 뭐고 저건 뭐고..."
"어, 이글."
"사비 샐러드 안 먹어?"
"어, 풀은 안 먹어."
이글의 모든 설명을 듣고, 번역기로 확인하다 보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거, 이거."
재빠르게 메뉴들을 골라 주문을 하지만 이글은 내가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고 배식을 하는 여직원에게 묻고 닭고기인지 생선인지를 설명한다.
"하하하. 내가 졌다. 이글."
플롭이 없어서 마카로니를 고르고 고기로 보이는 두 가지 토핑을 선택한다.
생선과 닭고기라며 꼼꼼하게 설명을 하는 이글과 달리 나에게는 모두 고기일 뿐이다. 고기 메뉴는 연어꼬치와 잘게 다진 돼지고기 같다.
러시아를 여행하며 식당에서 주문을 받는 절차는 수프나 메인 메뉴를 고르면 빵이 몇 개 필요한지를 묻고, 차와 커피를 마실 것인지를 묻는다.
밥과 고기 그리고 밑반찬을 많이 먹는 나로서는 으깬 감자나 감자 등을 주메뉴로 먹는 것을 보면 가끔 신기하다.
"간단한 식사로 좋긴 할 것 같은데, 저게 배가 부른가?"
확실히 내 취향은 오리지널 한국의 촌놈 입맛이다.
도로변에서 아무 차나 붙잡고 타는 몽골과 같은 시스템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다.
처음 보는 사람도 게르에 앉아 함께 차를 마시고 음식을 먹는 몽골, 누구든 악수를 하고 나면 형제가 되는 카자흐스탄의 브로맨스처럼 러시아의 커뮤니케이션도 타인에 대해 배타적이지 않은 듯싶다.
한국 사람들이 정이 많다고 하지만 몽골과 카자흐스탄, 러시아를 여행하며 이들이 처음 보는 타인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한국인의 모습이 각박해 보일 정도이다.
택시에서 내리자 펼쳐진 풍경은 실로 이색적이다.
"와, 러시아의 크렘린이 이런 것이군."
높지 않은 언덕을 따라 이어지는 성벽과 언덕 위로 모습을 드러낸 성 내부의 건물들이 조명을 받아 아름답게 반사된다.
약간의 흥분감으로 사진을 찍고 있으니 이글은 내일 구경을 하자며 강변으로 가자고 한다.
"내일은 내일이고, 야경은 다르지."
작은 조명들이 수놓아진 길을 걸으며, 이글은 타악기를 두드리는 남자에게 다가가 무언가 대화를 하더니 바르간을 물고 남자와 함께 즉흥 연주를 한다.
"너무 꼼꼼해서 잔소리가 많지만 정말 사랑스러운 남자다."
"이글, 여기는 사람이 없어? 저녁에 무서워서 혼자는 못 오겠다."
쌀쌀한 날씨 탓인지 거리에 사람의 인적이 드물다.
바쁘게 움직인 날들로 인해 이글도, 나도 피곤하다.
"이글, 들어가서 시원하게 맥주를 마시고 푹 자자."
숙소의 주변 슈퍼에 들러 필요한 식료품은 샀지만 10시가 넘어 맥주는 살 수 없다.
오트밀을 좋아한다고 보바가 말했는지 이글은 오트밀과 함께 착착을 산다.
"아, 정말 꾀죄죄하다."
"오늘도 고마워. 친구들!"
Trak 정보
GPS 정보
"Great Thanks : 후원해주신 모든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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